매그레 시리즈 - 조르주 심농

지인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매그레 시리즈. 1930년대가 배경, 주인공 매그레 반장이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 담긴 벨기에 작가의 추리소설이다. 짧게 끊어지는 단문인 데다 페이지수도 많은 편이 아니지만 한권한권이 묵직하다. 쓸데없는 부연설명이나 감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너권째 읽으면서 깨달았다. 추리소설이지만 놀랍고 복잡한 트릭이나 사연 때문에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비루한 삶에 대한 관찰과 연민이...모르는 시대, 모르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긴데도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짠한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적힌 한 줄이 놀랄만큼 아프게 삶의 한 구석을 꼬집는다. 

오늘 읽은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에서는 이런 한 줄이 있었다. '그녀가 식사를 시작했다. 식구를 위해 요리를 하는 주부들이 흔히 그러듯 자기도 모르게 가장 맛없어 보이는 것들만 골라 집어가며.' 

악 이거 너무 맞잖아ㅠㅠ 

뭐 이런 느낌이다.   

90년대 중반을 휩쓸었던! Mr.children의 Everything 음악







아마 95, 96년쯤이었을 듯. 국내에 일본 음반 등은 판매금지였지만 다행히 홍콩 채널브이(부산 친척집에 가면 한등급 더 위인 무려 일본 mtv를 볼 수 있었다!)가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하루에 몇 번씩은 꼭 이 노래가 나왔었다. 일본에서 초인기였던듯. 당시 과격한 헤비메탈에 눈을 떠가고 있던 생강 학생은 원래 이 곡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런 지루한 사랑타령은 싫다며... 하지만 저 잘생긴 얼굴로 정장까지 차려입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보컬을 오래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불법적으로 유통되던 저들의 음반을 사서 듣고 가사도 열심히 찾아보고 수첩에 사진도 갖고 다녔다. 특히 보컬인 사쿠라이 가즈토시는 몇 년 동안 이상형이었다. 지금도 저런 얼굴은 매력적이라고 생각. 물론 뮤직비디오 밖의 실제 모습은 이제 슬슬 아저씨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모습이긴 하지만서도.  

그의 노래실력은 대부분의 유명한 일본밴드가 그렇듯이 별 것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 밴드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 예를 들어 약간의 향수나 그리움이라든가 가벼운 냉소(이건 가끔가다)라든가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은 목소리와 가창력이다.

어쨌든 가사를 보나 멜로디를 보나 그렇고 그런 사랑노래인데도 어렸을 때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도 가슴이 찡해지는 거 보면 신기하다. 그리고 아마 20년 후에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듯한 예감이...!!

 

더도어 영화

일요일 출근, 마감은 끝났고 할일은 없어서 쓴김에 몰아쓰기. 마음에 여유가 생겼으니까 블로그라도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역시 확언은 못한다. 어쨌거나 스포는 없음.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동네에서 뛰어놀다가 본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살던 동네는 3~5층짜리 빌라들이 줄지어 있는 전형적인 서울의 위성도시였다. 지금 생각하면 슈퍼나 정육점이나 세탁소 등등이 다 가까이 있고 물가도 잘은 모르지만 쌀 것 같은 느낌인데 길도 집도 좁아서 다시 살고 싶지는 않은...;어쨌든 어느 가을 한낮에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의 빌라와 빌라 사이 틈을 발견했다. 문짝 하나가 달린 좁지는 않은 틈이었는데, 창살 같은 철제 문짝 너머, 건너편을 바라보다 보니 건너편에 비치는 햇빛은 내가 있는 곳의 햇빛과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좀 더 아련하고 오래돼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자주 가던 곳도 아니고 그렇게 그 틈을 바라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낯선 기분도 들었고. 왠지 저 너머는 다른 세계가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시간대나 공간 중 한 가지는 지금 이 곳과 다른...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나는 쌩뚱맞게 저긴 북한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저 너머로 가볼까 말까 고민까지도 한 것 같은데 기억으로는 안 가본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는모르겠지만. (물론 진짜 저길 넘어가면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고 믿지도 않았다.)

그 틈이, '더 도어'에 등장해 스토리 전개의 기반이 된다.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대부분의 스토리를 알게 됐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초등학교 때 기억. 영화에서는 빌라 사이 틈이 아니라 어떤 동굴인데, 그 동굴을 넘어가면 5년 전 자신이 살던 현실이 펼쳐진다는 설정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궁금했고. 

초반의 사건들이 터진 후 중반부는 상당히 밋밋하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긴 하지만서도 초반 사건들이 워낙 임팩트있다보니 더더욱. 그래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결말을 낼까 궁금할 즈음에 워 워 설마 이러기야?  싶은 클라이맥스가 온다. 조금만 삐끗하면 호기심 이끌어내는 설정이라는 메리트와 중반부에 쌓은 노력을 다 날려버릴 수 있는 클라이맥스다. 다행히 감독은 왜 그런 동굴이 생겼고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구질구질한 설명에 집착하는 대신 영화 초반부터 그랬듯 주인공의 심리에 맞춘 초점을 흐트리지 않으면서 영화를 끝낸다. 좀 위태위태한 부분이 있지만서도 난감한 설정으로 시작해서 이렇게 끝냈다는 게 대단. 

낙엽 잔뜩 쌓인 수영장과 우울한 목조 계단, 생기 없는 주인공의 얼굴, 주인공 아내의 미모 등 눈도 나름 즐거운 영화다. 물론 그 정도로 만들었으니까 독일 영화가 한국에서까지 개봉하는 거겠지만서도.

     


마마스건 공연, 요즘 잡담



-다음달 Mama's gun 내한공연을 예매했다. 혹시나 싶어 주위에 이 양반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봤으나 역시 없어서 동생하고 가기로 했다. 홍대 클럽 빼면 중학교 3학년 때 넥스트 해체 콘서트 이후 공연 관람이 처음이다. 되게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을 하는 밴드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의외로 예매율이 낮아서 앞에서 7번째 줄 정도에 자리를 구했다. 두근두근.   

-좋아하는 밴드긴 하지만 어쨌든 공연까지 볼 생각을 한 건 새로운 부서에 온 지 1년 반 정도 지나면서 조금 여유가 생긴 덕이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나 책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1년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절대적인 여가시간 자체는 비슷하지만 이제 일도 익숙해지고 심리적인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최근 본 추천작은 프랑스 영화 '그을린 사랑'과 서머셋 몸의 '인생의 베일'. 인생의 베일은 몇 년 전에 에드워드 노튼 나오는 '페인티드 베일'로 영화가 만들어져 나온 적이 있다. 둘 다 '완벽해!!브라보!!!'를 외칠 정도는 아니고 특히 인생의 베일은 다소 통속적인 소설이지만 1년 넘게 팝콘무비와 일본 장르소설로 연명했던 사람에겐 의미가 있었다.

그나저나 드디어 역사에 조금씩 흥미가 생기고 있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런 것 같다. 대학교 때 그렇게 역사 좋아하는 선배들한테 둘러싸여있으면서도 당최 알고 있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부끄러운 일이지만서도. 
최근에 읽은 게 헬게 헤세라는 사람이 쓴 '단 한 줄의 역사'(최대한 쉬워보이는 책으로 읽고 있다;). 제목은 저 모양이어도 내용이 되게 알찬 데다가 간결하면서도 임팩트있는 부분은 살리는 서술이 인상적.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역사를 풀어쓰는 사람이 누군가 있긴 할 거라고 생각해본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역사를 감정적으로 다룬 글은 이젠 못 읽겠다. 물론 누구라도 동감하는 역사책은 불가능하겠지만 이건 그 이전의 문제. 널 계몽하겠어 이런 건 좀!
 
-친구 삼고 싶은 좋은 사람이라도 부서 선배라거나 하면 그로부터의 전화가 아주 달갑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심지어 딱히 친해지고 싶지 않은 부서 선배가 하필이면 능력은 없고 오지랖만 넓어서 하루에 한번씩은 정말 쓸데없는 일로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전화한건데요, 그래서요, 제발 그런 쓰잘데기 없는 내용은 메신저로 얘기하시죠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 걸 간신히 누르고 있다. 이 선배가 어떤 사람이냐면, 금요일 아침부터 이틀 후의 일을 걱정하면서(남들은 금요일의 일을 처리하느라 이미 바쁘다, 바꿔말하면 금요일의 일에 이 선배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얘기)  회의를 여는데 자꾸 회의랑 상관 없는 곁가지와 관련해 계속 주절거리다가 알맹이도 없이 회의를 마친 후 계속 혼자 모든 일을 떠안은 듯 걱정을 이어가다가 결국 후배에게 일을 맡기고 나중에 '너희 덕분에 일을 다 마쳤다'며 정말 기쁘다는 듯 치하하는 스타일이다.....장난해? 게다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수다가 아니라 수다를 위한 수다만 떨고 있어서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난 일하면서 그딴 수다 떨고 싶지 않다고. 특히 님하고는. 그리고 제발 쓸데없는 부서 룰 이런 것보다 일 자체에 좀 신경을 쓰시라고.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적고 나니 좀 낫다. 근데 님이랑 친해질 생각 없다는 신호를 전혀 못 눈치채는 둔한 사람들은 참 싫다. 그래도 이 님에 대해 지나치게 짜증내는 게 결국 내 손해인데 계속 그러고 있어서 걱정. 

혹시 이글루스에 마마스건  공연 가는 분도 있을지 모르니까 좀 죄송하지만 음악 밸리.




아마존 Hidden empire 잡담

Amazon.com: the Hidden Empire
View more presentations from faberNovel

13인의 자객 - 미이케 다카시 / 판타스틱 mr.폭스 영화



13인의 자객. 오디션, 이치더킬러 같은 영화를 만든 미이케 다카시 감독에 야쿠쇼 코지(의외로?!) 주연. 여기서부터 최소한 지루하진 않겠다 싶은. 예전 영화를 리메이크했지만 원작은 안 봐서 모름. 원작은 상당히 고풍스럽고 장렬할 것으로 추정.

영화는 나리츠구라는 차기 쇼군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감독다운 묘사가 등장한다. 사지가 잘린 채 버둥거리는 여자라든가. 그래도 그 이후엔 딱히 변태스럽게 잔인한 장면은 안 나온다. 야쿠쇼 코지를 중심으로 13인의 자객이 모이고, 대의를 위해 나리츠구를 치기로 결정. 200명대 13인으로 맞붙은 끝에...결말은 각자 확인. 

워낙 나름의 스타일과 편집으로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보니 역시 지루하진 않다. 하지만 역시 예상되듯 전반적으로 설득력이라든가 사무라이의 고뇌, 치열함에 대한 묘사는 떨어진다. 그래도 배우들은 잘 뽑은 것 같다. 야쿠쇼코지를 비롯한 13인 중 서너명은 일단 얼굴부터 먹고 들어가는 배우들. 그리고 나리츠구 역은 smap 멤버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는데 상당히 괜찮다 싶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다즐링주식회사, 스티브지소와의 해저생활, 로열 테넌바움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목소리 출연은 조지클루니, 메릴스트립, 빌 머레이 등 초호화. 언제나 내가 감정적으로 100% 몰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주는(바꿔 말하면 줄곧 소재만 바꿔서 똑같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뜻도)  웨스 앤더슨 감독이지만 애니메이션이다보니 극장에서 못 본 영화. 처음에는 털도 뻣뻣해보이는 여우들이 정이 안 갔는데 보면 볼수록 귀엽다. 특히 저 복면...주둥이를 돋보이게 해주는...하앍;

내용은 전작들과 비슷, 여운도 비슷. 그래서 좋음.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언제나 등장하는 되게 집착한 흔적이 역력한 소품들도, 오웬 윌슨의 얼굴도 안 나오는 대신 조지 클루니의 허전한듯 따뜻한 목소리가 남는다.   

미드 커뮤니티 영화

시즌 1부터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 루저들이 모여드는 커뮤니티 칼리지에 모인 여섯..이 아니라 일곱 남녀노소가 등장하는 시트콤인데. 언뜻 프렌즈 아류같고 맥아리 없어보이는 느낌이지만 한두 회 보다 보면 상당히 재밌다. 영악한 듯 순수한 캐릭터들이 정감 있고 개중 위너인 변호사 출신 주인공이 한방씩 날리면서 카타르시스도 준다. 그리고 아래 사진 중간에 보이는 동양인은 한국계인데, 시즌 2 오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시즌 1에선 사이코 스페인어 교수로 나오면서 완전 재밌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가끔 한 회를 통째로 특정 장르 패러디에 활용해 큰 웃음을 준다는. 예를 들어 수업 우선신청권을 놓고 학교 전체에서 페인트볼 대회가 열리는데 여기에 느와르적인 설정과 대사를 집어넣는 식이다. 페인트볼을 맞고 비장하게 쓰러진다거나 마지막 순간에 입에 뭔가를 문 킬러가 등장해 페인트볼을 난사하는 등. 좀비물을 패러디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주인공들이 던전 앤 드래곤 게임(많이는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건지는 처음 알았다;)을 플레이하게 하면서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영화 느낌을 내기도 하고. 등장 인물 중 하나가 영화광인데 아마 제작자나 작가의 취향이 심하게 투영된 듯하다. 서너 회에 한번 꼴로 이런 장르 패러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참 재밌다. 던전앤드래곤하고 페인트볼 에피소드는 두세번씩 다시 볼 정도. 

물론 난 바쁜 사람이니까 정좌하고 보는 건 아님. 설거지하면서.......(!)그나저나 농담이 아니라, 자꾸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버리는 느낌이다. 직업 자체가 전화 걸다가 인터넷 검색하다가 사람 좀 보고 키보드 토닥이고 전화 좀 받고 신문 뒤적이고 어디로 좀 이동하고 그런 산만한 직업이지만 퇴근하면 좀 시간을 딱딱 쪼개서 똑부러지게 써야 하는데. 쉬고는 싶고 뭔가 할 일은 있고 집안일도 해야 되고 공부는 좀 필요한 것 같고 하는 사이 우왕좌왕하다보니 아무 것도 안 하거나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결국 마음만 불편한 나날이 1년쯤 계속된 것 같다. 수능 공부할 때, 입사 준비할 때 썼던 일일 계획표를 다시 도입할까 생각 중. 

일을 하게 되면 계획이나 자기계발같은 건 어느 정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게임 오버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급하게 포기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여자가 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생활에 엄격한 게 있어야 뭔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창의력도 나오는 게 맞는 듯.





 

고등학교. 잡담

부모님 댁에 왔다가 왠지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손이 갔다. 불행히 지금 연락하고 안부를 묻고 지내는 얼굴은 하나도 없지만서도, 그냥 오랜만에 느긋하게 옛날 생각이나 좀 해볼까 하고. 그땐 되게 싫은 얼굴들이었는데, 지금은 그냥들 예뻐보였다. 하나같이 칼라를 세운 피케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전교생의 절반이 매직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머릿결을 갖고 있어도.

그러다 내친 김에 1999년 교지까지 봤는데, 어멋. 물론 나에게도 중2병 같은 게 있었겠지만 그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 내 문장 딱 하나가 실려 있었는데 그것만 봐도 난 이미 너희보다 인생을 십오년쯤은 더 살았고 이제 혼을 담은 소설이라도 한 편 쓸 태세...프로페셔널한 차도녀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최근이지만 오랜만에 진심으로 쪽팔렸다.  


어제 본 더브레이브, 아직 안 본 블랙스완 영화

코엔형제의 더 브레이브, 영어 제목은 True grit. 코엔 형제 영화는 바톤핑크서부터 파고, 오형제여어디있는가, 그남자는거기없었다,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번애프터리딩, 시리어스맨까지 일부러 찾아 본 건 아닌데도 의외로 많이 봐 왔다. 그런데 이십대 초반에 본 바톤핑크 때문에 '워낙 알 수 없는 영화=코엔영제는 알 수 없는 영화를 만드는 애들', 이런 공식으로 남아서 지금도 코엔형제라는 타이틀만으로 끌리지는 않는다. 바톤핑크를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사실 딱히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어쨌거나. 난 아직 코엔형제의 매력이 뭔지 잘은 모르겠으나, 더브레이브는 누가 봐도 재밌는 영화다. 누가 봐도 재밌게 만든 데다 살짝 걔네스러운 농담도 섞은. 그리고 맷 데이먼의 텍사스레인저 연기가 보고 싶다면 후회할 일은 없다. 영화 보면서 맷 데이먼이 삐쳐서 가버릴 때마다 섭섭해한 1인. 

블랙스완은 아직 안 봤다. 가뜩이나 재미있을 영화인데 감독도 대런 아로노프스키. 한 7년 전, 평소 잘 안 가는 학교 시청각실에서 이 감독의 '레퀴엠'을 보고 느꼈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때가 추석 연휴 전날, 학교도 휑했던지라 일상적인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인물들을 까마득한 밑바닥까지 무자비하게 끌어내렸던 감독이 발레리나에겐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토요일의 행군 잡담

이 추운 날씨에 출입처 분들과 등산을 다녀왔다. 불암산 정상만 밟고 오면 너무 간단하니까 수락산도 가자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9시 반에 오르기 시작해서 4시 반에 내려왔다. 사실 어제 체했는데(체해서 기절한 적이 두 번 있기 때문에 제일 걱정스러운;) 그렇다고 체해서 못 가겠다고 하자니 누가 들어도 그냥 가기 싫은 것처럼 들릴 것 같아서 아침에 죽만 먹고 나갔다. 어머니 등산점퍼에 등산화, 배낭, 아이젠 등을 빌려서 챙겨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에 내가 갔던 등산은 그냥 산책이었다. 산길은 미끄럽고, 아슬아슬한 암벽등반; 코스도 상당했고, 불암산을 거쳐 수락산 정상에 도착했을 쯤엔 무릎이 시큰시큰. 지구력은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수영도 안 해선지 예전보다 힘들고 폐활량도 줄어든 듯. 그리고 두세번쯤은 손끝에 동상이 걸릴 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군대 갔다온 사람들 앞에선 꺼내지도 못할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적은 산은 좋았다. 특히 나뭇가지를 헤치고 스스스 하고 몰아치는 겨울바람 소리가 적막한 것이.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