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씨(REC)

                                                                
 <포스터만 보면 하나도 안 무서워 보인다>

원래 전혀 관심도 없다가,Arborday님이 '올여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호러영화'라고 적어두신 걸 보고 얼른 달려가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정말 무서웠다. 거의 고2때 본 일본판 링 첫번째편 이후로 그렇게 무서워보긴 처음인 것 같다. 그나마 링은 사다코가 tv에서 기어나오는 한 장면만 숨이 멎을 것처럼 무서웠었는데, 알이씨는 카메라가 아파트를 비추는 순간부터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나마 78분짜리였기에망정이지, 더 길었으면 정말 잠 못 잘 뻔했다. 처음 좀비가 등장한 다음부터는(아마 영화 시작 후 3,40분쯤 지났을 때) 몇 번이고 시계를 들여다봤다. 젠장, 이거 언제 끝나!!!!!!

두세 명만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만한 좁다란 아파트 계단과 어두컴컴한 방구석들에서 미친듯이 달려드는 좀비들. 울부짖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비춰주는 카메라. 옥탑방에서의 적외선 촬영은 진부한 듯 하면서도 어쨌거나 무서웠다. 게다가 (백 년은 묵은 듯한)좀비가 망치까지 들고 덤빈다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등 뒤에서 누가 달려들 것만 같은 느낌에 긴장했다. 밝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영화 안 본 애들이 부럽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리고 난 좀비가 나타나면 문 튼튼한 방에서 틀어박혀 있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아래는 극장 내에서 찍은 스페인 관객들 반응. 움찔하는 모습들이 어제의 나를 보는 듯하다;;

by 생강 | 2008/07/19 14:34 | 영화 | 트랙백 | 덧글(3)

상어가죽남자와 복숭아엉덩이 소녀


제목부터가 너무 마이너스러워서 2년쯤 미뤄뒀던 영화다. 오랜만에 아사노 타다노부가 보고 싶어져서 별로 내키진 않지만 이거라도, 하면서 봤는데 꽤 재미있다. 제목만 보고도 감이 오듯이 '일본영화스러운 썰렁한 코미디'이긴 하지만, 기승전결도 있고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제법 있다. 참고로 제목은 남녀주인공(사다히메, 모모지리)의 이름을 발음이나 뜻으로 장난 친 것.

1. 1998년 영화라 아사노 타다노부의 어려보이는 얼굴을 볼 수 있다. 수염도 적어서 지금보다 훨씬 어려보인다. 그동안 식어가던, 그에 대한 애정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무심한 듯 실실 쪼개는 미소. 근데 벗은 모습은 좀 말라보여서...




2. 감독이 이시이 가즈히토. 정말 4차원적이지만 훈훈하기 그지 없는 영화, '나이스의 숲'의 공동감독 중 하나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더 자세히 영화를 봤을 텐데, 싶다.  

3. 드디어 이 사람의 이름을 외웠다. 온갖 영화에 다 등장하시는(그래도 기타노 다케시 영화에 등장할 때가 제일 인상적) 이 분, 테라지마 스스무.


by 생강 | 2008/07/15 19:16 | 영화 | 트랙백 | 덧글(4)

이언 매큐언, '토요일' & '속죄'

아직 두 권밖에 안 읽은 주제에 이 작가에 대해 말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급하게 읽어내려갔기 때문에, 이 작가가 주로 뭘 얘기하고 싶어하는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두 소설의 공통점을 짚으라면, '폭력으로 인해 인생이 통째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여기서 폭력의 주체는 본인일 때도 있고 타인일 때도 있다. 물리적, 정신적 폭력 둘 다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한 사람이 단지 하루 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개과천선한다는 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감도 있긴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만큼은 등장인물들에게 깊이 공감하게 된다. 작가가 이 '하루 동안의 사건'을 묘사하는 데 들인 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제목 그대로 토요일 하루 동안만 주인공을 쫓아간다. '속죄'의 경우 책 뒷표지에는 '60여년에 걸친 소설가의 속죄'라고 적혀있지만 500페이지 중 절반 이상이 하루를 묘사하고 있다.

...라고 하면 언뜻 지루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읽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건조한 문체치고는 놀랄 만큼 재미있게 썼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듯한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특히 '속죄'에서는 자신이 어른이 다 됐다고 생각하는 13살 여자아이의 시각으로 하루를 구성하는데, '나도 이랬지'하면서 킥킥댈 만한 구절들이 많다. '속죄'를 영화화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어톤먼트'는 안 봤지만, 이런 부분들을 잘 뽑아서 만들었다면 정말 볼 만한 영화가 됐겠지 싶다.

두 소설에서 제일 마음에 든 부분은 폭력(물리적, 정신적 폭력 모두)을 단순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 폭력은 보통 나쁘지만 누가 나쁜지를 가리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폭력 어디가 어떻게 나쁜지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폭력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은 각자 다르게 결론짓기 마련이다. 그리고 치명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그 사실을 인정치 않으려 든다. ('사람은 자기합리화하는 동물'이랄까;)물론 두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폭력을 인정하면서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름만 보고, 서평도 대강 보고 되게 재미없는 소설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회사에서도 몰래 읽을 만큼 재밌었다. 그리고 두 소설의 번역자가 다른데 두 분 다 정말 멋들어지게 번역을 하셔서, 출판사인 문학동네에까지 고마워졌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한다. 단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긴 피 튀기는 영화를 좋아하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긴 하다;;

by 생강 | 2008/07/11 16:54 | | 트랙백 | 덧글(0)

강철중

일단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자면, "안 봐도 됩니다"다.

공공의 적 때도 그랬던 것 같긴 하지만, 또 나이를 몇 살 더 먹다 보니 좀더 참기 힘들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과잉 분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반부의 대출 장면도 그렇고, 후반부에 이원술과의 1:1 대결 장면도 그렇고. '저렇게까지 해야 돼?'싶은, 혹은 '너무 의도가 드러나서 보기 민망하다'싶은 장면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 비행청소년이 상봉하는 장면은 정말 안습의 극치였다. 80년대 영화도 아니고 이건 참;;;;

그리고 욕설로 관객을 웃기려 드는 건 이제 지양했으면 좋겠다. 강철중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들 모두.

다행히 오랜만에 본 설경구와 정재영이 여전히 너무 멋지셔서 두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by 생강 | 2008/06/26 10:53 | 영화 | 트랙백 | 덧글(2)

둠스데이

(스포일러 있음.)

감독의 전작이 '디센트'다.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고 재미있게 봤던 영화다. 게다가 몰아치는 공포 뒤의 그 잊을 수 없는 섬뜩한 결말. 그래서 언뜻 둠스데이가 좀비영화라는 말을 듣고는 엄청난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갔다.

예쁘진 않지만 강인한 외모의 여주인공에 일단 호감. 그리고 이미 다른 영화에서 숱하게 묘사된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이 지루하지않게 신속히 전개된 초반부까지도 괜찮았다.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냥 치명적인 바이러스긴 하지만, 초반부까지를 보면 후반부의 퀄리티에도 상당한 신뢰감을 갖게 된다.

결말부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액션'이라는 영화의 커다란 줄기에 대해선 꽤 괜찮은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액션이 어디에서 벌어지는지가 문제다. 전형적인 영국 펑크 개망나니들과의 혈투는 조금 생뚱맞긴 했지만 그래도 봐줄 만하긴 했는데, 다음으로 중세 기사들과 맞닥뜨리는 부분부터는 조금씩 웃음이 나온다. 이건 반지의 제왕도 아니고....중세풍 성 안에서 현대적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은 안쓰럽다. 어떻게 조화를 이뤄보려 노력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고.

서두를 줄인 건 좋지만, 본론에서도 액션에만 치중하다보니 여주인공의 마음을 읽기도 힘들어졌다. 왜 이 여자가 임무를 완수한 후에 격리구역에 남기로 했는지, 장관인지 뭔지를 처단했는지 그닥 공감이 가질 않는다. 영화 흐름상 저럴 수 밖에 없구나, 하는 공감 외에는. 한 마디로 사람 냄새는 안 나는 공포스릴러'액션' 영화.

그나저나 예전에는 무섭고 잔인한 영화를 정말 잘 봤는데, 요즘엔 심약한 노인네처럼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by 생강 | 2008/06/21 19:43 | 영화 | 트랙백 | 덧글(1)

오사와 신이치 - Our song



우연히 티비에서 본 뮤직비디오. 노래도 괜찮고, 뮤직비디오도 왠지 행복한 느낌.

by 생강 | 2008/06/08 00:38 | 음악 | 트랙백 | 덧글(0)

Flashing lights - Kanye West



최근 빠져있는 곡. 뮤직비디오도 멋있긴 한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다. 다른 버전의 뮤직비디오가 2개 더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어지는 내용은 아닌 듯.

아래는 3편. 

by 생강 | 2008/06/07 21:39 | 음악 | 트랙백 | 덧글(0)

인디아나존스4

꽤 재미있었다. 너무 어릴 적에 봐서 예전 인디아나존스가 어쨌는지 따위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누가 보더라도 재밌을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액션, 탐험,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

그렇지만!!!!결말은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가족 단합대회는 그냥 그러려니,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고 넘어갈 만하다. 그런데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가 그런 식으로 죽음을 맞는다는 결론은 싫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 들지 말라'는 이 노골적인 훈계. 이리나 스팔코가 '그들'에게 "당신들이 가진 지식을 모두 나에게 달라"고 소원을 말하는 장면에서 가슴깊이 공감했던 사람;;으로서는 조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by 생강 | 2008/06/03 09:31 | 영화 | 트랙백 | 덧글(0)

시위의 나날들

...이라고 제목을 달아버리니까 꼭 내가 매일 시위에 나가는 듯 해서 조금 많이 쑥스럽구나.

사실 나는 한 번도 요즘 시위에 나간 적이 없다. 신문사에 있으면서도 신문 한 부 제대로 못 읽고 살고 있는 데다 집에 TV도 들여놓지 않은 탓에 구체적으로 어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지 어지간한 사람들 만큼도 모른다. 그렇지만 택시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를 통해, 술집에서 잠깐 본 TV뉴스를 통해 조금씩 소식을 듣다 보면 가슴이 설렌다.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상도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어서.

이명박도 이명박이지만, 쇠고기도 쇠고기지만, 그것보다는 사소한 변화들에 가슴이 뛰었다. 아이들, 여자들이 낀 시위대 한가운데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자제한다든가, 또 전경들과 충돌이 빚어질 듯 하자 "전경들이 아니라 이명박이 나쁜 거예요"라며 제지한다든가. 물론 어느 여자애가 맞았고 그 여자애를 때린 어린 전경 애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다거나 하는 가슴아픈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화를 내야 할 대상도 모르는 채 무작정 화만 내던 시대는 이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by 생강 | 2008/06/03 09:20 | 잡담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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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 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간절히 바람.


스스로에 대해 나름대로 단도직입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진다면 - 그것도 꽤 난감할 때가 많겠지만 - 하고 바랄 때가 종종 있다.


2. 요즘 '기사 비슷한 글들'을 매일 끄적이고 있다. 기사가 아니라 기사 비슷한 글이라고 이름붙이는 이유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데스크 지시대로 쓰는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로 써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된다. 데스크 지시에 따르다 보면, 공부를 안 하다 보면, 하루하루의 일과 술자리와 숙취에 치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더라. 무표정한 숫자들을 주로 다루는 경제신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3. '스타스키와 허치'를 봤다. 이 영화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그들'의 매력을 몰랐었는데, 뒤늦게 보니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빈스 본, 벤 스틸러, 윌 페럴, 오웬 윌슨의 유머 코드는 정말이지!!

by 생강 | 2008/05/01 22:55 |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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