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주 후>, 제목만 보면(그러고 보니 포스터도 안습;) <28일 후>의 허접한 속편 같을 거란 예감이 마구마구 들기 십상이다. 그런데 '전편보다 나은 후편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몇몇 평가에 궁금해져서 봤더니, 정말 좀비영화의 팬으로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새벽 2시가 넘도록 다 보고 나니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온다. 좀비영화로서는 최고급!!
시작은 평범하다. 좀비들을 피해, 떨어져가는 식량 걱정을 하며 어느 집에 모여 살던 사람들. 결국 그곳에도 좀비가 쳐들어온다. 개떼같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피하다 보니,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가 좀비들에게 거의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망친다.
<28주 후>가 특별한 건 여기서부터다. 이전까지의 좀비영화에서 사람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은 살기 위해 달린다. 그들이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따위는 이전까지 다뤄진 바가 없다. 관객도 그저 영화 속 인물들의 공포스런 표정을 보며 스릴을 느낄 뿐이다. 그런데 <28주 후>의 이 남편은 달리면서 울먹인다. 살아야 한다는 긴박함과, 아내에 대한 죄스러움과, 아내를 버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뒤섞이는 표정이다.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처절한 느낌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이후의 스토리에서도 이기적 생존본능과 죄책감의 교차는 이야기의 커다란 축이다. 감독은 인간의 어두운 면으로 관객을 이끈다. 이기심과 죄책감이 (영화 속에서 좀비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설명되는)'분노바이러스'와 만나는 순간, 남편은 살아돌아온 아내를 기어이 제 손으로 찢어놓고야 만다. 내 짧은 식견에 의하면, <28주 후>의 이 아내살해 장면은 공포영화사상 길이 남아도 될 만한 장면이다. (도입부에서 남편이 좀비에 쫓기며 맑고 푸른 초원 위를 뛰어가는 장면도 함께!)
이야기의 틀을 신선하게 잡았으니까 그럼 비주얼이 부실할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비주얼 역시 진화했다. 대피소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명멸하는 불빛 속에서 잡아먹히고 도망치는 장면, 헬기로 좀비를 죽이는 장면 등등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다. 그리고...나오는 여자 셋이 제대로 내 취향이라는 것도;;
아쉽게도 영화가 결말로 향하면서 약간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긴 하다. 딸이 결국은 총을 쏘게 되는 장면은 '수미상관(!)'을 위해 좀 억지로 끼워맞춘 듯하다. 또 군인들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들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감이 있다.
이미 물건너간듯 하지만 <플래닛 테러>가 개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뿌듯한 좀비영화를 한 편 봤다. 맨 마지막 장면이 주는 기대감이란!!!!좀비들의 헐떡거림이 이같은 설렘으로 다가왔던 적은 없었다...라고 하면 너무 변태스러우려나.
...아래는 유튜브에서 찾은 동영상. 영화 장면들을 차분한 음악에 맞춰 편집했는데, 영화의 주제와 꽤 어울리는 듯. 참으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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