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테넌바움>과 <다즐링 주식회사>의 사이에는 무엇이 끼어있을까. 그래서 나름 애써 구해 본 <스티븐 지소와의 해저생활>에는 별 것이 없었다. 조금 슬픈 부분이 있다는 정도만 달랐을 뿐이다. 그 외 스타일의 변화라든가, 무슨 연결고리라든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대신 나머지 두 편과 똑같이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웠다.
서른이 되도록 자신을 찾지 않은 아버지에게 아들은 묻는다. "왜 지금껏 연락하지 않으셨죠?"
그런데 이처럼 중대한 대사를 내뱉는 순간에도 아들의 얼굴은 무심하다. '내가 아까 먹던 과자 어딨어요?'하고 묻는 표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리고 대답하는 아버지도 똑같이 무표정하다. "난 아버지란 존재를 증오하거든. 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웨스 앤더슨 영화의 인물들은 꼭 이 모양이다. 상대방에게 절실히 바라는 게 있으면서도 시니컬하거나 권태로운 표정으로 그걸 감추려 들고, 이같은 인물들의 표정은 사건의 기승전결 내내 변하지 않는다. 바로 그래서 이들이 사랑스럽고 친근하다.
보는 내내 '러닝타임이 좀 더 길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웨스 앤더슨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정말 포근하고 귀여웠다. 물론 여기에 동의할 사람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미 해적에게 털려버린 금고를 보고 좌절. 저 귀여운 표정.




덧글
softdrink 2007/12/24 17:04 # 답글
"상대방에게 절실히 바라는 게 있으면서도 시니컬하거나 권태로운 표정으로 그걸 감추려 들고..." 적극 동감입니다. 제가 정의 내리지 못했던 그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하면 명료해 지는군요. ^^
생강 2007/12/24 21:43 # 답글
그래서 더 귀엽지 않아요?ㅋㅋㅋ종종 들러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