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다이어리 잡담

1. 4,5년 전에 쓰던 다이어리를 꺼내 보다가 다음과 같은 글귀를 발견했다.

< 각 개인의 내면에 자리잡은 판타지의 크기는 유아기 때 정서적으로 잘 보살핌받지 못한 정도와 비례한다. >

옮겨적은 건 맞는데, 어디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시 봐도 고개는 끄덕끄덕하게 된다. 오타쿠, 혹은 오타쿠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 외에 판타지가 강한 인간유형은 또 어떤 게 있을까?


2. 이런 글도 적어놨었다. 중국으로 도피성 어학연수를 떠나기 직전이었는지,

<...중국에 갔다오면 어쩐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내가 될 것 같다는...주절주절%&^#$^&*>

..이라고도 끄적여 놓았었다. 이제 5년이 지나고 보니, 역시 난 감이 좀 괜찮다. 앞으로 좀더 나의 동물적인 직관에 의지해도 좋을 것 같다. 호호호.


3. 기본적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내 모습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겨우 5년 전이지만 그때 나는 내 자신을 좀더 미워했고, 사람도 좀더 싫어했고, 좀더 비관적이었다. 그런데도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어서, '한동안 지속되었던 아픔이 가시면 조금이라도 강해지거나 지혜로워지는 걸까?'하는 조심스런 질문을 가슴에 묻었었다.

이제는 그때같은 초조함은 훨씬 줄었다. 역시 부딪치면서 배우는 거구나.


4. 또 이런 글도 적어놨었다.

< 오래 가는 행복은 정직한 것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 리히텐베르히>

이걸 적어놓을 때만 해도 '난 앞으로 정직한 것들을 많이 찾을 거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과연;;


5. 다이어리에 쓰여진 바에 따르면, 그때 겨우 스물아홉살이었을 뿐인 한 선배는 언제나 '이제 뭘 해야 되죠?'하고 묻고 싶어진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언제나 무기력하게 모든 것을 냉소했었다. 그런데 이 선배는 지금도 똑같이 무기력하다. 무기력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6. '자살론'의 뒤르켐이 이런 말도 했구나. 어느 책에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을 사회와 분리시키고 시장을 '도덕이 적용될 수 없는 자연적인 질서로 본 자유주의의 사고에서 '무도덕'은 불가피하다.>

오호라! 5년 전의 나도 이런 데 관심을 가졌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7. 굳이 예전 다이어리를 곱씹어 가며 이런 짓을 하는 건, 낼 모레가 시험이기 때문이로다....젠장젠장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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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예술인생 2008/01/13 03:14 # 답글

    아. 역시...
    20대 중후반 시기는 나름대로 상큼하게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보기 좋네.^^

    근데, 무슨 시험?
  • 생강 2008/01/13 22:19 # 답글

    그러게요. 20대 후반도 정말 상큼한 나인데 자꾸 근처에서 나이먹었다고들 해서~이것들을 확 그냥...ㅋㅋㅋ

    오늘 경제지 한 군데 보고 왔어요. 이쪽 수험생활이 꽤 괜찮은 게, 띄엄띄엄이든 몰려서든 1년 내내 시험이 있다는 거죠~ㅎ

    근데 30대 되면 상큼하게 돌아볼 수 없나염?
  • 예술인생 2008/01/14 12:09 # 답글

    아무래도 감수성이 무디어져서, 상큼한 느낌이 잘 안나는 것 같다.
    음... 무감한 나날이 반복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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