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 중국정부가 만든 홍보영화? 영화

 내가 싫어하는 영화의 양대산맥 중 하나가 '애들이 주인공인 영화'고, 나머지 하나는 전쟁영화다. 아무리 양조위와 장첸이 같이 나온다 한들 전쟁영화에는 끌리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보면 재밌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도 말이다. 적벽대전도 재밌긴 했다. 특히 팔괘진법으로 적군을 밟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간추린 삼국지' 따위를 읽은 게 전부라서 원작에선 팔괘진이 얼마나 스펙터클하게 묘사되는지 모른다는 게 답답하긴 했다. 지금껏 삼국지에 제대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영화 한 편에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원작 빼면 시체인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촌스러운 연기에 촌스러운 연출, 게다가 억지로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듯한 장면들. 영화를 보는 내내 공산당이 옆에서 '중국 역사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겠지'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황금방패로 적군을 교란시키는 장면(+말들이 눈이 부셔서 쓰러지는 장면)은 정말 불필요하게도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바람에 실소가 나왔다. 그리고 병사들이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들도 별 특별할 게 없는데도 지루하게 나열됐다.

 그리고 왜 다시 전쟁영화가 싫은지로 돌아가면, 왜 전쟁을 벌여야하는지에 대해 납득을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도 표현하는 만큼 영화에서 전쟁을 소재로 삼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전쟁을 장엄한 눈요깃거리로 삼는 태도는 화가 난다. 게다가 몇몇 중국 영화처럼 몇몇 영웅호걸들의 위대한 꿈을 위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끝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미화하는 건 정말 최악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장이모 감독의 '황후화'가 역겨웠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금색으로 치장한 공리와 주윤발과 주걸륜의 치졸한 다툼에 비장미를 덧입히기 위해 수많은 필부들이 피를 토하는 장면을 끼워넣은 꼴이란. 

 물론 전쟁영화 자체가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왜 자신과는 상관 없는 몇몇 지도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버려야만 하는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민들의 복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정부로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소교 역할로 나온 린즈링은 지금껏 본 중화권 여배우 중에 거의 최고로 예뻤다. 1등은 비비안 수;;;


덧글

  • 이승환 2008/07/28 22:35 # 삭제

    타인을 온전히 사랑하고 있나염?
  • 생강 2008/07/29 10:49 #

    누렁이 / 비비안 수 정도만?ㅋㅋㅋㅋㅋ
  • 구름사다리 2008/08/05 21:49 #

    '명장'은 니가 말한 전쟁 영화의 고민이 그나마 비쳐서 신선했는데. 진가신, 걔만 그런건가봐. 다른 애들은 여전히 이러구 있네. 서양애들 대상 삼국지 교육용으로 만든듯.
  • 천용희 2008/08/07 15:33 #

    미이라3도 이건 중국 홍보물 정도 될 거 같군요....
  • 생강 2008/08/08 10:41 #

    구름 / 진가신이 만들었었구나~~꽤 볼만했겠네~

    용희님 / 혹시 초큼 재밌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을 접어야겠네요. 그나저나 이글루스로 옮기신 거 뒤늦게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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