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 나는 믿고 싶다 영화

아마 내가 예전에 엑스파일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안 봤을 것 같다. 두 주인공은 이제 외모로 사람을 끌 만한 나이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예고편이 무척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앞서 엑스파일 영화판을 본 적이 있다면 더더욱 안 봤을 텐데 어찌어찌 티켓을 끊었다.

영화판 엑스파일은 애초부터 성공하기가 좀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더더욱. 원래의 매니아층을 타겟으로 하자니 머릿수가 너무 적은 데다 그 외의 관객들에게 엑스파일 특유의 매력을 러닝타임 내에 인식시키기가 어렵다. 엑스파일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멀더와 스컬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차지하는 부분도 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자면 온갖 스펙터클이 나열되는 요즘 블록버스터들을 이기기 어려울 테고. TV판이 그랬던 것처럼 애매모호한 결말을 보여줬다간 당장 욕을 얻어먹을 가능성도 크다. 이 부분도 엑스파일의 장점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별다른 해답을 찾지 못한 탓인지 <엑스파일-나는 믿고 싶다>는 저번 영화판과 마찬가지로 이래저래 아쉬웠다. 멀더와 스컬리 간의 고전적인 갈등은 TV판과 별 다름 없이 소모되는 것 같고(스컬리가 FBI를 떠난 몸인 만큼 갈등의 주제는 다르긴 했지만 '어둠 속에서 괴물을 쫓는 건 지겹다'는 말들이 별 의미 없이 나열돼서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중심이 되는 사건은 그닥 충격적이지도 신기하지도 않았고. 나름 스컬리의 내면적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실마리로 어린 환자의 이야기를 곁가지로 집어넣긴 했지만 비중도 적은 데다 진부하기도 했다.

.....라고 불평을 줄줄이 늘어놓긴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보고 나서 바로 잊어버릴 영화는 아니라는. 엑스파일을 좋아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랬다. 자연스럽게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라든가, 주름살이 깊어진 얼굴들, '난 멀더가 걱정돼요'라며 애인다운(!!!!) 대사를 읊는 스컬리 - 처럼 이런저런 사소한 변화들을 캐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부분들 - 멀더 방의 'I WANT TO BELIEVE' 포스터라든가 사만다의 사진, 해바라기씨 까먹는 습관, 상사인 주제에 여전히 뭔가 심약해보이는 스키너 부국장까지 - 을 다시 보는 것도, 예전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

최고로 인상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소년 37명을 강간한 천주교 신부의 신앙고백;;;장면이었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거세하면서까지 신을 갈구하는 신부. 하찮은 인간이기를 거부하고픈, 절대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그 욕망.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범죄가 합리화될 수는 없는 데다 이 신부역 배우가 좀 비호감이라서 전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서도, 엑스파일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신부처럼 극적인 사례는 아니더라도, 이미 주어진 인간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려는 마음들.

그나저나 예쁜 아만다 피트가 뭣도 해보기 전에 일찍 죽어버려서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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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천용희 2008/08/19 12:52 # 답글

    3000만 달러라는 생각외로 저렴한 제작비가 들어서 욕심은 들지는 않습니다. 그냥 미리 본 사람 얘기도 있어서 극장에 가서 TV파일럿본다고 생각할 예정입니다.(대한민국은 은근히 무서운게 TV용영화나 비디오용 영화도 개봉하는 나라다 보니....)
  • 생강 2008/08/19 15:58 # 답글

    아하, 애초에 tv나 비디오용이었군요~전혀 몰랐다는^-^;;;;
  • 천용희 2008/08/19 17:35 #

    아, 그건 아니고요, 원래 극장용으로 계획한 거긴 한데 본 사람 말이 그냥 그런 심정으로 본다면 좋다고 하더군요.
  • .... 2008/08/20 18:45 # 삭제 답글

    2cities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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