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

백수 시절에 추천받아서 집어들었으나 조금 읽다 만 책. 요즘 경제위기를 보면서 과잉소비를 부추기는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도움을 얻고 싶어서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개개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망정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대안 제시는 부족해 아쉬웠다. '어플루엔자'는 풍요로운(affluent)와 유행성독감(influenza)의 합성어로, 소비 중독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선 소비에 중독된 자본주의적 인간들의 사례를 들어준다. 사실 이런 식으로 사례 제시가 전체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책들(그것도 영어번역투로)은 잘 안 읽지만, 꽤 공감 가는 사례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흔한 말이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사례들을 읽으면서 물질로 자신을 표현하고 채우려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름 다짐했으나;;

소비중독의 부작용으로는 환경오염, 공동체 해체, 획일화, 세계적 불균형 등이 거론된다. 대안으로는 아껴 쓰고 소규모 공동체 구성해서 속세에서 조금 떨어져 살고 그런 것들을 내세운다(마음에 안 드는;;). 

다음은 인상적인 구절들. 

- "물건을 자꾸 사들이는 진정한 이유는 자신을 변화시키기보다 새 물건으로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라는 한 쇼핑 중독자의 분석. 

- 사람들은 화려한 세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 존중이 필요하다. 옷이 가득찬 옷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멋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필요하다. 

- 물질보다는 정체성, 일체감, 공동체, 도전, 인정, 사랑, 즐거움

- 이런 일화도 소개된다. 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라는 사람이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글을 써서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게으름을 예술의 어머니이자 고상한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911년 염세주의에 빠져 아내와 함께 자살했다. 게으름의 미덕을 찬양하던 사람이 결국 비관주의로 자살했다니 이것도 좀 무서운 느낌이 있다;;

- 1920년대 경제학자 토머스 닉슨 카버처럼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한 사람도 있다 : 그는 "여가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재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대신 남는 시간을 예술과 우아한 생활을 즐기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을 찾아가고 직접 가구를 만드는 등 유용한 소일거리에 시간을 들이게 되면서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아놀드 토인비가 22개 문명을 연구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 "한 문명의 성장의 척도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와 관심을 물질적 측면에서 정신적, 심미적, 문화적, 예술적 측면으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이다." 

- 4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 비영리단체 'Resoponsible wealth'의 한 회원 : "내가 주가 등락을 쳐
다보는 일로 돈을 벌 때 다른 누군가는 교사로서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왜 내 세율이 더 낮아져야 하는가?그런 조치는 경제적으로 내게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기대를 걸어서 해결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끼고 살아야겠다는 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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