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기반성 - 너무 당당한 기자님들 기자연습


#.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 2일자에 실린 칼럼 중 일부. 다보스 포럼을 지켜보고 4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 중에 1번이 경제학자 4명 정도를 빼고는 이번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는 그들이 하는 말을 무조건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건데, 그 4인조가 누군지는 적어놓지 않았다. 아마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나는 모르겠다...누구지??;;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지막 문단에 보면 필자는 "우리는 모두 금융위기 예측에 실패했다"며 "비즈니스위크를 포함한 많은 언론인들이 금융사 부실자산이나 부동산붕괴에 대해 좋은 기사를 쓰긴 했지만 현실이 너무 복잡해서...."등등의 자기반성(조금 약한 감도 있긴 하지만)을 하고 있다. 무책임한 우리나라 언론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미국발 경제위기가 바로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 외국은 어떻다더라, 하는 정도의 기사만 내보냈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저 겁주기 수준에만 그쳤지, 어떻게 좀 대비해보자 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우리나라 기자들이 미국 기자들보다 머릿수는 적은데 채워야 할 지면이 많다 보니 아직까진 팩트 전달(기껏해야 흐름을 종합하는 정도)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조금은 이해해줘야 하겠지만. 그리고 아마 우리나라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지만 최소한 바라는 건, 좀 떳떳해지라는 거다. 미흡했던 것, 실수했던 것 인정하고 다음에 더 잘하겠다고 하는 게 낫지, 모르는 척 덮어버리고 떳떳한 척 하면 더 없어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데서 그렇게 쿨하긴 힘들고 어차피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언론도 바뀔 수 있겠다. 하지만 강호순 얼굴 공개처럼 가려운 데 긁어주기에는 그렇게 재빠른 언론이 몇몇 부분에서는 참 느리다는 건 아쉽다. (그러고 보니 몇 번씩 지적당해도 가끔 지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의 선정적인 삽화도;)

#.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계 전반의 자의식 과잉도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싶다. 참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 것 중 하나가, 아나운서들 소개할 때 20기, 30기 하고 꼭 기수 붙여서 소개하는 거다. 그건 자기들 내부의 서열일 뿐이고 굳이 시청자들에게까지 알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사소한 아나운서 이야기부터 해서 좀 미안한데(가뜩이나 욕 많이 먹는 사람들인데;;) , 기자나 pd들도 마찬가지다. 다음에 있는 언론고시 카페에 가보면 가관이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벌써 정의의 사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이건 어느 신문 칼럼에서 봤던 내용인데, 한 일본 신문사의 한국 주재원이 한국 신문을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됐던 게, 공채 후 자기네들 신입기자 명단을 귀중한 1면을 할애해 올려준다는 거다. 

입사 후엔 새파란 애들한테도 '기자님' 호칭이 주어지고 좀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대접에 익숙해진다. 난 입사 초기에 부장한테 담뱃불을 붙여주려다가 "기자는 남한테 담뱃불 붙여주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좋게 해석하면 어디 가서 비굴해지지 말라는 뜻도 있겠지만, 뭐 그럴 것 까지야....;;;;싶었다. 취재하러 가서 당당하지 않으면 얕보이기 십상이니까 의식적으로라도 '좀 있어 보이려' 노력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계몽의식. 한 친구는 특히 MBC 시사프로 볼 때마다 '쟤네들은 너무 정의의 사도인 척 해서 싫다'고 투덜댄다. MBC가 그 친구와는 사상적 기반이 다르기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우리나라 언론은 너무 거칠고 뻔하게 한쪽 편을 들어준다. 자기가 아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짙다. 한 조선일보 수습기자가 지난해 미네르바의 아이피를 추적한답시고 무려 네이버;;에서 아이피 주소를 검색하고는 '미네르바는 SK브로드밴드에서 근무한다'는 결론을 내려 네티즌들의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   

너무 길게 씹어서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게 좀 생뚱맞긴 하겠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고치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소박하고도 진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 사람들을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당당히 회사 앉아서 이런 글 쓰고 있는 나도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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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누렁별 2009/02/04 12:38 # 답글

    광고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전반적인 언론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앞으로 종군 기자나 말콤 글래드웰 정도의 전문성을 갖지 못한 기자들은 도태될 겁니다. 자기 기사와 발언에 이름을 걸고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 남겠습니까.
  • 생강 2009/02/06 09:22 #

    전 제 생계를 위해서라도 언론 영향력이 감소하지 않았으면 싶은데요ㅎㅎ그나저나 아이디가 아는 사람 부를 때 호칭이랑 비슷해서 아는 사람인 줄 알았네요!
  • 나인테일 2009/02/04 17:40 # 답글

    에에... 네명중 한 명이.....
    .....미네르바? (도주)
  • 생강 2009/02/06 09:22 #

    뭥미??!!
  • 천용희 2009/02/05 01:04 # 답글

    한번 물갈이가 되어야 할 곳이 언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몇몇양반들은 기자라는 말 자체가 아까운 분들이라...)
  • 생강 2009/02/06 09:23 #

    어흑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ㅠㅠ
  • *** 2009/02/05 18:30 # 삭제 답글

    열심히 하세요
  • 생강 2009/02/06 09:23 #

    예 쌀쌀맞은 조언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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