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티비에서 포식자와 마주쳤을 때 기절해버리는 바다달팽이(정확한 명칭은 모르겠고 정말 달팽이류인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닮았다)를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다. 마찬가지 상황에서 '기절하는 염소 동영상'이란 것도 인터넷에 많이 퍼져있다.
신기하다, 귀엽다 하면서도 인간이 그럴 거라곤 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인간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다. 다만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을 뿐이다. 버텍 조승희사건, 9.11 테러, 유람선침몰 등등 '빅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은 마비현상, 혹은 그에 버금가는 의지박약화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시력이나 청력을 일시적으로 잃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최소 10~20%의 사람들은 대소변으로 속옷을 더럽히게 된다고. (이건 언제나 공포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드디어 알게 됐다;;)
조승희사건의 한 생존자는 바닥에 엎드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고 전한다. 1994년 에스토니아라는 한 유람선이 침몰했을 때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갑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 안의 사람들은 충돌음을 듣거나 테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미적거렸다고 한다. 흔히 상상하듯 앞다투어 비상계단으로 달려가거나 울부짖기보다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사무실 안을 수없이 돌거나 읽다 만 추리소설이나 지갑 등을 챙기려 들었다. 얼핏 생각하면 나같으면 안 그럴텐데, 답답한 멍청이들! 이라고 비웃을 법하지만 하도 생생해서 읽다 보면 공감이 된다.
꼭 심즈나 GTA 같은 게임에서 버그 때문에 심즈가 같은 곳을 뱅뱅 돈다거나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가장 우월한 생물이라는 인간인데. 어쨌든 정말 신기하긴 하다.
그렇다면 좀비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재빠르게 위험에 대응하기는 힘든 걸까. 저자는 일단 위기 상황에 강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MRI를 찍어보면 뇌의 일부분인 해마가 큰 사람들이 보통 대담하게 재난을 헤쳐나가는 상황이 있다고. 신체적인 요인 외에 정신적인 요인도 있다. (평소에 오만하다 싶을 정도로)자신감이 강한 사람은 오히려 위기 상황이 평시인 것처럼 잘 생존할 확률이 높단다.
타고난 게 없는 보통 사람은? 책에 나온 방안들 중에서 그럴듯한 것들은 이렇다. 일단 평소에 시뮬레이션 하기.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간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라, 동남아 쓰나미 때도 해변에서 놀던 관광객들은 바다가 부글거리며 끓는데도 그저 '뭐지?'하며 넋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짜 그런 상황이 닥치면 심호흡. 요가나 라마즈분만에서도 이용되지만 FBI, 특수부대에서 '전투 호흡'이라고도 하는 심호흡법은 숨을 들이마시고 멈췄다가 내뱉고 다시 멈추는 4단계를 각각 1,2,3,4씩 세면서 반복하는 것. 평소에 연습해놓아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에게 복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 소리를 지르면서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크게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동 자체가 현실감을 되찾고 출구찾기에 크게 도움이 된다.



덧글
** 2009/04/28 15:42 # 삭제 답글
도깨비시장은 쓰나미 현장보다 100배는 더 위험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