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시승기 - 미국 허츠(Hertz)에서 렌트한 닷지 어벤저 잡담

닷지(Dodge) 어벤저(Avenger). 닷지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선 자꾸 토르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생각나는 이름. 우리나라엔 크라이슬러의 닷지 차종이 한때 수입됐다가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부터 이어진 출장을 LA서 마치고 한나절의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 기동력을 위해 렌트한 차가 바로 닷지 어벤저.

 

닷지 챌린저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었지만...그날 렌트할 수 있는 차 중에 우리나라엔 없다/일 예상 렌트비 15만원을 넘어가지 않는다/혼자 여행가방 하나 태우고 돌아다니는 데 너무 부담스럽지 않다, 는 기준에 다 맞는 건 어벤저였다. 애초에 소형차나 빌리려고 했으나, 원래 큰 차를 좋아하는 데다 기왕이면 한국에서 타보기 어려운 차를 타봐야겠단 생각에 렌트카 업체인 Hertz에서 요 차를 선택. 4기통 2,630cc에 최대 173마력, 최대 토크 23.0kg.m. 연비는 미국차치곤 괜찮은 듯한 10km/l 정도. 차 길이가 4.8미터쯤이니까 아주 막 크진 않다.  


미국에서 혼자 운전을 해 보는 것도, 렌트카를 빌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허츠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하고 근처 지점으로 찾아가면 끝. 두번째 사진에 등장하는 직원분이 느무느무 친절하셨다. 그리고 빌릴 때만 해도 이 직원이 알려준 예상 렌트비는 130달러정도였는데, 반납할 때 총 결제액은 90달러대. 주유하는 법도 잘 모르고 해서 그냥 기름 채울 필요 없이 반납하는 옵션을 추가했고, 물론 보험이 포함된 가격임을 생각하면 참 괜찮은 가격이었다. 숙소에서 공항까지 택시비만 40달러대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어쨌든 차를 빌려서 영화에서나 보던 이런 LA 거리로. 앞서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했을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차를 몰아봐도 역시 결론은 미국에서 운전하긴 참 쉽다는 것. 내비게이션 없는 차였지만, 구글맵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어디고 찾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스쿨버스 절대 조심(애들 태우거나 내려주느라 정차하면 차선 상관 없이 뒤에서 오던 차들은 다 멈춰야 한다)하고, 사람 없어도 스톱사인에서 진짜로 스톱하고, 비보호 좌회전이 대부분이니까 그것만 신경쓰면 끝. 유턴은 별다른 금지 표시 없는 데선 다 되는 듯하던데 요건 우리나라보다 훨씬 편했다. 물론 복작복작한 우리나라 도로와는 상황이 다른 탓이겠지만...  

 

 

닷지 어벤저라는 차 자체는....딱히 튀는 부분도, 매력적인 부분도 없는 것 같았다. 가속은 딱 스펙에서 예상할 수 있는 만큼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거친 매력 따윈 그다지...렌트비를 좀 더 주면 고를 수 있었던 선택지인 쉐보레 콜벳이나 머스탱 컨버터블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내부 사진따위 찍지 않았지만 상당히 올드한 인테리어와 그냥 있을 것만 있는 기능 등등. 미국에서 2만달러 정도에 팔리는 차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냥 별 취향 없는 아저씨들이 몰고 다닐 듯한 느낌...우리나라엔 생소한 닷지라는 브랜드와 머슬카에 근접해보이는 디자인 때문에 내가 너무 기대를 품었나봅니다. 죄송.   


그리고 도착한 곳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표를 사는 데만 1시간여가 걸렸는데, 줄을 선 지 20분쯤 되던 시점에서야 요 안에서 뭘 하면 좋은 건가 싶어서 폭풍검색을 하다가 이 곳이 테마파크이며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오는 그런 곳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매표소 부근 분위기도 딱 그렇..?? 난 그저 영화 콘텐츠와 관련된 즐거운 뭔가가 있다, 뭐 그 정도만 알고 갔었던 거다. 디트로이트 모터쇼 전이나 모터쇼 출장 중이나 정신이 없어서 딱히 LA서 뭘 하고 놀지 찾아볼 시간도 없었던 탓.

한 5분간 매표소의 대열에서 이탈할지 말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눈 딱 감고 들어가보자 싶어서 1시간의 기다림 끝에 84달러짜리 입장권을 샀다. 그리고 혼자 민망한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혼자 봐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영화 세트장 투어부터 이미 너무 재밌는 거였다. 영화 싸이코에 나온 모텔 세트장과 우주전쟁에 나왔다는 비행기 잔해 세트, 지하철역 붕괴현장 세트와 홍수 사태 세트 등등.

 

그리고 놀이기구도 혼자 정줄 놓고;; 너무 재밌게 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있는 놀이기구는 의외로 한 6, 7종밖에 안되는데, 줄 서는 시간만 없다면 수십가지씩 탈 수 있는 우리나라 에버랜드 등등과는 대조적. 그런데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놀이기구는 이 제작사의 문화 콘텐츠를 갖고 만든 컨셉이라 놀이기구 자체가 막 크고 코스가 길고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내가 눈물나게 재밌게 탄 심슨 라이드는 그냥 6인용 놀이기구에 탑승하면, 방에 불이 꺼지고 4면의 스크린에서 3D로 절벽 낙하나 공중 부양 뭐 이런 내용의 심슨 만화가 나오고 놀이기구는 상황에 맞춰 덜컹거리고 기울어지면서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만' 주는 식.

 

그런데 그게 되게 그럴듯하다. 중간에 비행기에 매달린 채 스프링필드 마을을 끌려다니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낙하하고 뭐 그런 부분이 있는데, 심슨가족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는 정말 스프링필드에 직접 들어가서 곤욕을 치르는 느낌...;;이라 심하게 즐거웠다.

 


더 좋았던 건, 혼자 타는 이들을 위한 Single rider 줄이 따로 있어서 난 거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두어 시간만에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제패하고 나올 수 있었다.


다음은 게티라는 부자가 어떻게 돈을 좋은 데 쓸지 고민하다 지었다는 미술관, 게티센터. 역시 전날 5분 정도의 인터넷 검색으로 찍은 행선지 중에 하나였다. 전시 자체보단, 여기서 해 지는 풍경을 보면 좋겠다 싶었다. 이번 출장은 다른 사람들과 몰려다니는 출장이 아니라 내내 좀 외로웠는데, 이제 몇 시간 후 귀국을 앞두고 최대한 더 고독을 씹어보고 싶었... 어쨌거나 꼼꼼히 보려면 하루는 너끈히 걸릴 듯한 규모라 아예 처음부터 미련을 버리고, 내부는 그냥 대강 훑어봤다. 해는 금방 졌다.

 



 

그리고 밤거리를 지나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갔지만 여긴 그냥 월미도 st. 이라 뭔가 인생의 부조리라든가 나의 노년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그런 주제를 자꾸 떠올리게 했다. 역시 국내서든 해외서든 밤바다는 함부로 혼자 가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쪽에 놀이기구 좀 있고, 부모들이 애들 데리고 열심히 총으로 인형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고, 근처 식당엔 온통 가족단위 손님들....담배가 땡기는 풍경들.

이 동네에서 저녁 먹는 건 포기하고 공항 근처의 허츠 반납장으로 떠났다. 공항 근처에 허츠뿐만 아니라 알라모 등 렌트카 회사들의 렌트&반납포인트가 거대하게 모여 있고, 공항까지 오가는 셔틀이 있는 식. 생김새에 비해 그냥 그런 친구였지만, 10시간여만에 반납하려니 아쉬웠다는 소감을 마지막으로 차 얘기는 별로 없는 애매한 시승기는 끗. 

 

디트로이트에서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랜드캐니언을 내려다보고는 다음에 꼭 가봐야겠단 결심을 하게 됐는데, 그때는 꼭 콜벳이나 챌린저나.....호, 혹시 닷지 바이퍼 이런 것도 있다면 감사할 듯하다.


덧글

  • 아방가르드 2014/02/01 21:54 #

    1. 닷지는 못해도 차저나 챌린저같은 녀석으로 몰아줘야.. 킬킬; 그 밑 캘리버나 어벤저같은 차들은 평도 박하고 판매량도 동급 국산차들보다도 빈약하더군요; 그래도 이동거리와 시간 보니 뭐 그정도 조건이면 이동수단으로서는 나쁘진 않으셨겠네요

    2.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6년 전에 가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한 번 또 가보고 싶네요
  • 생강 2014/02/02 12:06 #

    잘 몰랐는데 전부다 되게 가까운 거리더라구요. 총 운전시간 해봐야 두시간이나 되려나. 챌린저 같은 거 빌렸음 반납할 때 정말 눈물났을 듯요...자동차 매니아이신 듯한데, 블로그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 레난제스 2014/02/02 07:04 #

    첨부한 이미지들이 전부 네이버에서 긁어오신거 같은데 그럼 이미지 까지 보고 싶으면 네이버 블로그로 알아서 찾아가서 봐라 이런건가 궁금하네요. 거기에 아마도 그럴일은 없으리라 판단되지만 타인의 블로그 글을 맘대로 긁어온건 아니겠지요?
  • 생강 2014/02/02 12:04 #

    그럴리가요. 사진 용량을 줄였는데도 이글루스 포스팅이 안돼서 제 네이버 블로그 입력창에 썼다가 긁어붙인 거예요.
  • 레난제스 2014/02/02 12:11 #

    네이버에서 긁어온 이미지들이 안보이니까 그런거죠. 작성자 본인이 보인다고 해서 다른사람도 보이겠지 하고 생각하시나요?
  • 생강 2014/02/02 12:55 #

    익스플로러 문젠지 뭔지 모르겠네요..결국 크롬으로 수정했더니 되네요. 감사합니다.
  • ㅎㅎㅎ 2014/02/04 05:50 # 삭제

    저기 위에누구 그럴수도 있지 사람 되게 닦아세우네..... 사회생활 인간관계 어떨지 안봐도 뻔하다...ㅋ 주인장님 신경쓰지 마세요~ 잘보고갑니다
  • 생강 2014/02/04 2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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