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타봤던 시트로엥의 DS3는 '귀엽다', '이게 바로 수동의 느낌??;;' 요 정도의 감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하늘색의 긔여운 녀석...하지만 자동이면서도 수동의 느낌을 고대로 주는 시트로엥의 EGS(Electronic Gearbox System) 변속기 때문에 변속할 때의 울컥거리는 느낌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소심하게 내가 뭘 잘못 조작한 줄...약간 경사로에서 정차중일 때 평소대로만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더니 뒤로 밀리기까지 해서 나와 뒷차 운전자 모두 깜짝 놀라기도. 나중에 물어봤더니 깊게 밟아줘야 한다고 함..










요게 그 DS3. 바로 이 색깔이었다. 되게 이쁨.
그리고 이번에 타본 차는 DS4. 일단은 해치백이라는데 언뜻 SUV처럼도 보인다.

열악한 화질이지만 꿋꿋하게 뒷태까지. 통통해서 귀엽다.

뒷문짝 손잡이는 C필러에 달려있다. 그리고 뒷좌석 창문은 아예 안 열린다ㄷㄷㄷ쿠페라면 이해하겠지만 이건 좀;;;

그릴 윗부분의 요 디자인은 시트로엥의 트레이드마크!

DS4에는 EGS가 적용돼 있지 않아서 울컥이는 느낌도 없다. DS3도 좀 타다 보니까 익숙해지긴 했지만, 누군가는 그 느낌을 좋아할수도 있겠단 생각이 아주 초큼은 들긴 하지만, 난 그냥 별로였다. 예를 들어 미니 같은 경우는 확실히 허리아픔을 넘어서는 운전의 재미를 주는 반면, EGS는.....뭐야 얘네 왜 이래...ㅠㅠ이런 느낌이 강했던 거다.
DS4의 외부는 음 좀 애매하지만 무난하군, 이런 느낌인데 내부는 또 다시 뭐야 얘네 왜 이래...ㅠㅠ싶은 부분이 좀 있다. 일단 디자인..센터페시아 옆의 저 금속 장식은 '음??!!이게 바로 프렌치 감성?' 이런 생각이 들게 했다.

페달 디자인은 수긍이 가게 이뻤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서 계기판 색깔을 바꿀 수가 있는데...바꿀 수 있는 색깔은 전부 흰색-파란색 사이의 색깔들. 예를 들어서 원래 올 파랑이었던 걸 이렇게 바꿔보았습니다. 첨엔 쓸데없는 프렌치 감성이라고 오해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날씨에 따라 알아서 시인성을 높이라는 배려인 듯.
사실 '이자식들 왜 분홍이나 노랑은 없냨ㅋㅋㅋㅋㅋㅋㅋㅋ'며 한참 비웃고 난 담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내부 사진, 요건 아주아주 좋다. 사진으로는 잘 체감이 안되지만, 다른 차보다 햇빛가리개 하나 더만큼 앞유리가 커서 확 트여보인다. 햇빛가리개는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각각 2단으로 조절할 수 있다. 첫번째는 양쪽 햇빛가리개를 모두 확 위로 올려버린 씌원한 사진, 두번째는 운전석 햇빛가리개만 내린 사진. 풀로 올렸을 때와 내렸을 때의 차이가 거의 30cm 정도는 나는 듯. 약간 이마 까진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지만 개방감은 확실하다. 대신 파노라마 선루프는 없뜸.


다행히 내비는 아틀란. 그리고 USB로 폰 연결하면 별도 조작이 필요 없이 바로 폰에 담긴 MP3나 폰에서 실행중인 음악앱을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USB 케이블 연결해도 뭣 좀 눌러주고 해야 되는 애들에 비해 편리. 그리고 시트 마사지 기능이 있는데, 그게 막 우리나라의 안마의자처럼 드드드드 하면서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기보단 시트가 숨을 쉬고 있단 느낌에 가까워서 장거리 운전때 혈액순환 정도는 도와주지 싶겠단 정도.
DS4의 주행 소감을 수줍게 적어보자면...어차피 이 차를 딱 보고 오 요거 참 밟아보고 싶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싶은데
실제로도 그렇다. 평소대로 달리다가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약간 낮은 배기음으로 바뀌면서 초큼 더 단단한 느낌으로 초큼 더 잘 튀어나가고, 딱 경쾌하게 달릴 수 있는 만큼이다. 굳이 더 밟을 이유도 없고...연비는 리터당 17km대로 나온다는데, 난 끝내 이 차에서 어떻게 연비를 확인하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난 기기류의 사용법을 물어보기보단 알려주는 쪽인데도!
어쨌든 토요일에 DS4와 함께 삼청동 레트로나파이에 가서 당분을 폭풍섭취. 아쉬워서 두 조각을 더 포장했는데 맛있다. 그리고는 죄책감에 일요일에 폭풍 등산.

그리고 공근혜 갤러리로 가서 마이클 케나 사진전 관람. 요 사진 참 좋음.

그리고 사람이 득실대는 삼청동 메인 거리를 피해 어슬렁거리다 친구 결혼식에 가야 했으나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림. 배터리 방전도 아니고 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고장난 것 같진 않은데 내가 뭘 잘못했지 꺅, 이런 혼란을 거쳐 결혼식장에 도착한 다른 친구가 상황을 전해듣고 해결해줬다. 앞서 주차한 다음에 기억은 안 나지만; 핸들을 움직였던 거다. 결국 요런 사소한 일로 이삼십분을 헤매는 바람에 결혼식엔 못 갔다. 그러고 보니 한 십년 전에도 똑같은 일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되게 머쓱했지만 곧 기운을 차리고 친구의 훌륭한 제안에 따라 신림으로 순대볶음을 먹으러 갔다. 고등학교 때 가본 듯한 그 복작복작한, 순대볶음집들 한 건물에 몰려있는 그런 데라 엄청 정겨웠다. 옛날 생각도 나고, 오랜만에 먹었더니 되게 맛있고, 친구는 매워하고 있고, 이래저래 둘이 말도 없이 묵묵히 먹고 뿌듯하게 일어남.
어쨌거나 이 차의 총평은?
딴 건 모르겠고 가격이 4,000만원 초반대로 나왔다. 참으로 읭?!!싶은 가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가격이 3,000만 중반대까지 내려갔다는 소식이긴 하지만...디자인이 특히 이쁜 것도 아니고,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브랜드도 아니고, 뒷좌석 창문도 안 열리는 준중형차가 4,000만원이 넘으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그려. 물론 가격정책과 브랜드 이미지 유지와 판매량 사이의 균형맞추기가 한불모터스(시트로엥 수입원)에 쉽지 않으리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4,000만원대에 내놓는 건 에잇 포기!!^0^란 느낌이랄까;;
어쨌든 디자인이 내 취향이 아니었을뿐, 충분히 매력적인(위에 좀 혹평이 많은 느낌이긴 하지만서도;;) 차인데 가뜩이나 생소한 브랜드에 가격까지 낯설어버리면 답이 없다.
..라고 끝내려 했으나 궁금해지는 바람에 결국 한불모터스에 전화. 내가 귀가 얇아서인지 또 솔깃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일단 시트로엥은 시작부터 엔지니어보다 디자이너의 파워가 센 회사고, 지금 슬로건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다. 단순히 차를 타는 것보단 곳곳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시트로엥은 그냥 좀...다르다. 참고로 1920년대엔 차가 단단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코끼리를 차 위에 얹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비행기가 귀했던(?) 1980년대엔 비행기로 하늘에 '시트로엥'을 쓰는 세계 최초의 광고 기법도 활용했다. 에펠탑으로 첨 제품 광고를 한 것도 시트로엥이다. 다른 차랑 똑같이 보면 안 된다. 그리고 가격 같은 경우, DS는 C라인보단 원래 좀 비싸다. 약간 프리미엄 이미지로 나온 시리즈이기 때문에...(참고로 프랑스 대통령은 DS5를 탄다고 합니다)그리고 한국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도 아니다.(요건 요즘 워낙 이랬다간 욕 먹으니까 맞을듯)"
그렇다고 합니다. 앗참, 계기판 색깔 바꾸는 기능은 물론 시인성도 있지만 심미성을 위한 것도 크다고 함..........이상 프렌치 감성을 따라잡기 힘들었던 어느 날의 기록 끝.
덧글
코끼리를 올린 차로 시내를 돌아다니고 에펠탑에 조명으로 광고를 올렸다는 우어어어어ㅓ엄청 옛날 얘기보다는 요즘 시점에서의 자랑거리를 어필하는게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올해부턴 DCT로 달아서 나온다더군요.
동네 주차해논거 실재로 보니깐 카렌스도 이렇게 이쁘게 나올수 있구나 싶게 이쁘게 보이더군요.
근데 뒷문이 그렇게 작은것도 아니고 뒷자석도 장식이 아닌 사람들 충분히 승차하게 만들어 놨던데 유리룰 왜 고정식으로 한건지...프랑스 감성은 매번 자동차에 한개씩 이해불가능한 거시기를 하나 만들어 놓는게 프랑스 감성인가?
DS4에 그런 보편적인 기반이 있느냐에 대해선..있죠. 사실 이 차의 특이한 부분들은 막 치명적으로 불편하다기보단 사람에 따라 재밌는 얘깃거리가 될 수 있을법도 하니까요. 물론 다소 부족한 점이라도 사랑해줄 팬층이 있어야 하겠지만...한국선 그 팬층을 만드는 게 힘들겠죠 아무래도ㅠㅠ음 이쯤에서 뭔가 제가 절대로 사지 않을 차를 왠지 옹호하고 있단 느낌이 좀 들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국내에서는 앞서 아방가르드님이 말씀하신 스파크 같은 경차도 그렇고,
벨로스터 같은 변태 도어(얘는 뒷문 한짝만)조차도 2열 창문이 열리는 걸
생각하면 4천만원짜리 차에 저건 굉장히 감점 요인이더군요.
쿠페와 2열 동승자의 적절한 타협점으로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차인데 역시나 가격이...ㅠㅠ
(애매한 시승기 재미나서 블로그 링크하고 갑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