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더하기 25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조금씩 무뎌지면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일을 너무 쉽게 재단해버리곤 한다. 더 심하게는 애초에 알려고 하지도 않든가. 그러는 주제에 가끔 마음 속 어딘가는 조금씩 불편하다. '다 너희가 게으른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단 내가 낫다고 생각도 하지만, 그래봐야 생각에 그칠 따름이다.  

'사당동 더하기 25'의 저자는 25년 전 사당동 재개발 때부터 이 곳의 주민들을 추적조사해왔다. 연구 목표는 거주 환경이 빈곤의 재생산에 미치는 영향. 가족 중 한두 명이 아프거나 이혼했거나 가출한 경우는 흔하고, 생계 수단은 주로 일용직이나 행상인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런 사회과학적 연구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긴 하지만, 체계적인 기록과 추적 덕분에 얻은 숱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굵직한 것들로 엮은 책이니만큼 재밌게 읽힌다. 예를 들어 묵을 파는 집 아주머니는 어떻게 살아왔고, 그 자녀들은 어떻게 막노동일을 하게 됐고, 사당동 거주자들의 이웃관계는 어떻고, 이들이 20년 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까지.

한편 저자는 자신과 '연구 대상' 간의 사회적, 문화적 괴리감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예를 들어 사당동 출신으로 지금은 조그만 헬스장을 운영하면서 헬스장에서 먹고 자는 이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표현했을 때의 놀라움. 언제나 자신들의 집으로 찾아오던 연구자의 연구실을 첫 방문한 부부의 (혼자 연구실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 또는 달동네에 정장을 입고 인터뷰하러 갔던 스스로에 대한 민망함 등등. 

  

  



덧글

  • 광석 2014/03/10 20:07 # 삭제

    간만에 차이야기가 아닌 사람 얘기라서 반갑네.^^ 잘 살고 있나 가끔 궁금해서 들어와 보긴 하는데, 모르는 이야기들 뿐이라... 올 가을에 한국에서 보자.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지만, 일단 들어가게 됐네.

  • 생강 2014/03/12 09:45 #

    저도 잘 몰라요ㅋㅋㅋㅋㅋㅋ뭐든 잘 마무리하고 들어오시구요. 시간이 참 많이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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