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깔려죽을 뻔했던 베이징모터쇼와 부러웠던 폭스바겐그룹나이트 잡담



모터쇼는 반짝반짝한 새 차, 화려한 쇼, 뭐 이런 것들이 잔뜩 있는 즐거운 이벤트다. 하지만 베이징 모터쇼에 대해서라면 치를 떠는 이들이 많았으니...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 살아도 봤는데'라며 얕잡아봤던(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들을 고평가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 이번 모터쇼에서 상상 이상의 중국을 보고야 말았다. 우선 모터쇼를 찾는 날 아침. 모터쇼가 열리는 '중국국제전람중심'이 차로 10분 거린데 더 이상 차가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 9시까진 꼭 도착해야 하는데...결국 저 차들에서 사람들이 내려서 걷기 시작.  

사진은 요 정도지만 실제로 보면 전지구적 재난을 다룬 영화 속의 피난 행렬마냥 거대했다. 이번 모터쇼가 20일 개막해 29일까지 열리는데, 총 80만명이 찾을 거라고 전망됐으니까 일일 약 10만명...근데 정말 모터쇼장에 느무느무 사람이 많았음.


그리고 11시반이 되자 사람이 미친듯이 몰린 부스가 있었으니...바로 현대차 부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될 중국 전략 차종인 ix25 콘셉트카와 중국서 하반기 출시될 신형 제네시스가 궁금해서...........일리는 없고. 바로 이 분 때문....


그릏다. 김수현. 


역시 사진은 평온해보이지만, 11시 좀 넘어서부터 현대차 부스 인근은 형언하기 힘들만큼 사람이 많았다. 이들 중 다수는 일반 참관자(정말 미치겠는 게, 모터쇼 프레스데이인데 일반인들이 막 들어온다. 심지어 애기 데리고 오고 여친 데리고 오고 난리남. 모터쇼장 출입구에는 암표를 팔거나 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출입증 팔라는 상인들이...)고, 이들이 인간의 파도를 이루고 그 와중에 서로 밀치면서 엄청난 혼잡을 빚었다. 현대차의 신차 발표와 미디어 행사는 당초 11시 반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늦어진다 싶더니 결국 '너무 혼잡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행사를 취소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얘기 들어보니 600여명 정도가 나다녀야 할 공간에 1만명이 몰렸고, 베이징 공안에서 행사 취소를 지시했다고 함;;;


물론 중국은 뭐든지 네고해봐야 하는 나라. 베이징현대차서 떼를 쓰든 읍소를 하든 해서 결국 2시 반에 행사가 시작됐고, 김수현도 나왔습니다...김수현 나오니까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 막....나도 중고등학생 때 외국 밴드들 좋아해봤고 그 맘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생업을 위해 간 곳에서 폭풍 밀침을 당하며 깔려 죽을 것 같았던 순간엔 정말 수류탄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참고로 기아차 부스엔 이민호를 보러 온 여자들이 또 수백명이라 거기선 아예 프레스석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장이 뭐라고 발표하는지도 안 들리는 멀찌감치서 구경만 함.   


어쨌든 분노를 삭이고 차 얘기도 해 보자면;;한 십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차는 거의 다 세단이었다. 2004년에 베이징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새삼 아 한국은 SUV가 참 많구나...라고 느꼈을 정도로. 당시만 해도 중국인들은 기사가 몰아주는 간지나는 세단으로 부를 과시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던 거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보이는 수입차는 폭스바겐 택시를 제외하면 아우디였다. 지금도 중국서 젤 잘 팔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BMW, 벤츠가 아닌 아우디다. 폭스바겐그룹의 진출도 빨랐고, 중국 현지생산 등으로 중국 정부와도 관계를 잘 맺어뒀고, 일찌감치 돈많은 중국 관료들이 많이 타면서 부의 상징으로 각인된 탓인데..


그러다가 중국에도 중산층이란 것이 생겨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차가 좀더 다양해짐. 독일 일본 미국 한국...그리고 SUV도 아직 점유율이 13% 정도에 불과하긴 하지만 연 4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형 SUV가 특히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것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의 현상. 그리고 '바링허우(80後)' 라고 불리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이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가 늘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달라짐. 체면이나 과시보다도 실용성, 합리적 가격, 디자인, 뭐 요런 키워드가 점점 중시되는. 예전엔 막 떡진 머리로 현금뭉치 들고 와서 아우디 A8 사갔는데 지금은 젊은 샐러리맨이 와서 할부로 차 계약하고 가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 줄로 요약하면, 그냥 우리나라보다 엄-------청 크고 극단적으로 빠르게 확확 바뀌는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거나 시장이 이렇게 막 바뀌니까 링컨, 맥라렌도 중국 시장 들어오고 난리. 근데 쓰다보니 지금 중국의 대기오염을 감안하면 시장이 커져도 컨버터블은 중국서 힘을 못쓰지 않을까 싶...


ix25에 이어 신형 제네시스도 소개. 요건 중국 현지 생산도 아니고 하반기부터 팔아도 많이 팔릴 차는 아니지만, 현대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기 위한...그래도 중국서 한국차는 이미지가 상당히 좋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103만대, 상하이폭스바겐 상하이GM 등에 이어 5위. 


신형 제네시스는 Pentatonix라는 4남1녀 그룹이 나와서 공연하는 식으로 소개됐는데, 오 멋지다...싶은. 전형적으로 잘생겼거나 이쁘고 하진 않은데, 멤버 한명한명이 매력 터짐. 부르고 간 두 곡중 한 곡은 대프트펑크의 Get lucky 편곡버전이었는데, 씐나게 잘 편곡한듯. 

   


 

근데 얘네도 행사 연기돼서 3시간을 더 대기했는데...안습;;;;김수현도 그랬을텐데, 사실 김수현은 진짜 표정이 좀 썩어있었음;;안녕하세요 김수현입니다 오늘 ix25 소개하러 이 자리에 왔고 앞으로 사랑받는 현대차 위해 모델로서 노력하겠다 감사합니다, 이 얘기 하고 약 3분만에 퇴장. 


문제인 건 나도 마찬가지...현대차 행사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몰라서 현대차 부스에만 있느라 다른 부스를 거의 못봤다. BMW 호스에디션의 실물도 보고 울나라에 안 들어오는 차들도 좀 보고 특히 중국 자동차회사 관계자들 얘기 좀 듣고 싶었는데 근처에도 못 갔..약 48시간짜리 출장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다만 모터쇼 전날, 폭스바겐그룹의 전야제 격인 '폭스바겐그룹나이트'는 상당히 흥미진진.  


올림픽공원 근처의 국가체육관에서...또 여기 가는 데 엄청 차 막히고 사람 엄청 많고...


이날의 컨셉은 'NIGHT OF THE MOVIES'. 요렇게 배급사 돋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폭스바겐그룹 브랜드 하나하나마다 영화와 함께 차가 소개됨. 뭔 영화냐면, 지들이 직접 만든 영화...예를들어 그래비티스런 영상이 나오면서 화면속 우주비행사가 '여기는 XXX호, 방금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코드 GTS다'라면서 호들갑을 떨면 지구의 관제사가 'GTS???000마력에 엄청난 가속능력을 발휘한다는 그 차 말인가??'라면서 더 호들갑을 떨고 막 천장에서 우주비행사가 내려오더니 박스터, 케이맨 GTS가 무대에 등장하는 식. 



GTS 모델들 직접 소개한 마티아스 뮐러는 "외계에서 만든 차가 아닙니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외계인 납치&고문설 부정ㅋㅋㅋㅋㅋ


아래는 아우디 영상. 비밀 송달 임무를 맡는 조종사가 적의 미사일을 신들린 조종 솜씨로 피하고 주스에 독약을 타넣은 미녀 부조종사의 술수도 간파하고(미녀 조종사가 결국 독약을 먹고 죽으면서 how dare you...라며 클리셰 연기하는;전반적으로 병맛인 유머코드가 중간중간 들어가는데 이게 제대로 된 병맛 유머코드라기엔 좀 모자라서 약간 아쉬웠뜸) 목적 공항에 도착하자 



무대 한켠에서 비밀 임무의 바로 그 차를 실어옴. 그리고 요 차가 뙇!!!!!



이렇게 벤틀리의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카도 나오고...


중국이라 그런지 좀 다소 촌스러운 공연도 중간중간 들어가고...



우라칸도 소개하고...개간지;;;그리고 약간 비고 모텐슨 닮은 슈테판 빙켈만 CEO의 양복 간지가 쩔음;;;람보르기니의 영상은 아마 추격전이었던 듯. 역시 멋졌...



그리고 아래는 폭스바겐인데. 텍사스 억양의 노인 두 명이 적막한 거리에 앉아 카우보이로 활약하던 옛날, 레알 사나이들의 승부와 추격전이 벌어지는 옛날을 회상하고...

 


그때 막 투아렉이 달려옴. 심상치 않은 소리에 노인들은 막 놀라고...여기까지가 TV 속 장면이었고, 이제 TV를 보면 모던한 고층 아파트의 청년이 TV를 끄고 씩 웃자 '하이테크 포 카우보이'라는 카피가 뜸. 노인들이 그리워하는 바로 그 경험을 투아렉이 다시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 원래 기대했던 건 타란티노스러운 서부극이었는데, 뭔가 맘에 들었...



20세기 초 만들어진 부가티(뭔지 모름;;;찾아보기 귀찮;)를 현 소유주(아마 어디 뮤지엄 같은 데였..;;;)가 몰고 나오자, 최신 부가티인 블랙베스도 나와서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준 부가티도 훈훈했음.



무려 16기통 1,200마력에 최고속도 410km, 제로백 2.4초. 노인 부가티는 들어갈 때 잠시 시동이 안 걸려서 운전자가 쩔쩔맸음. 


그리고 짧은 출장이 끝났다. 



첫날 좀 무리해서 양꼬치라도 먹었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음 아쉬웠을뻔. 한국보다도 맛없는 집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중국 동네 양꼬치집 분위기를 만끽. 



덧글

  • 푸른별출장자 2014/04/22 20:01 #

    사진이 안 보이지만 ( 다 깨져요 ) 상상이 갑니다.

    2006년인가에 상하이 모터 쇼 한 번 가서 깔려 죽을 것 같은 인파의 물결에 질려
    그 다음부터는 중국모터쇼에는 아예 얼씬도 안 합니다.

    그냥 도쿄 모터쇼 정도나...
  • 생강 2014/04/23 01:44 #

    휴 다시 올렸습니다 모바일에서 사진 올렸었는데 넘 많아서 그런지 그모양이었네요;;;상하이도 똑같군요...ㅠㅠㅠㅠㅠ정말 이건 그냥 중국인들을 위한 모터쇼...
  • 2014/04/22 20:14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생강 2014/04/23 01:44 #

    다시 올렸습니다. 근데 참 발로 찍은 사진이라 민망스럽네요 흙;
  • 아방가르드 2014/04/22 22:21 #

    아시아 최대의 월드 프리미어 신차 공개 자리가 된만큼 꼭 한번 가봐야 할 행사가 되었으나.. 후기를 들어보면 도무지 도전하기 무섭죠 ㄷㄷ

    고생이 많으셨습니당.. 사진 엑박처리되었는데 어떤 사진일까 보고싶네요!
  • 생강 2014/04/23 01:59 #

    저도 저 정도일 줄은!!ㅠㅠ게다가 엄청난 수의 보안요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고, 모터쇼장 내에서 사먹을 수 있는 식사는 맥도날드 아님 플라스틱통에 든 허접한 중국식 도시락이더라구요. 것도 외부보다 비싼...중국의 전반적인 허술함과 무질서가 이 나라의 상황상 자연스러운 거라는 것도 알고 학생땐 그렇게 싫지도 않았는데, 생업의 한가운데에서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니까 음......;;;;

    근데 인파에 크게 스트레스 안 받으시면 말씀하신대로 가보시는 것도...아방가르드님 같은 분들은 가 보심 훨씬 더 많이 보이실텐데, 전 그냥 오 간지나...갖고싶....개비싸...요 수준이라ㅎㅎ
  • 2014/04/23 15: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4/24 11: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익명 2014/04/25 07:00 # 삭제

    How dare you 입니다...
  • 생강 2014/04/25 19:01 #

    헉 급하게쓰다 완전 엉뚱하게 썼네요;;바로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잉어 2014/07/14 17:23 # 삭제

    아 이렇게 사진으로만봐도 사람이 많아보이네요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번 가보고싶어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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