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바이크 입양 잡담

사실 바이크를 입양하고 있을 때는 아닌데...일이 많기도 하고, 지금 내 인생에서 늦추면 안 될 것들도 좀 있는 듯하고 그런 상황인데...

도저히 눈앞에 아른거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들여온 게 SYM의 울프. 2005년식에 주인이 최소 두 번은 바뀐 중고다. 혼다라는 저 마크의 연유는 모르겠지만 뭐 가릴 방법이 있겠지...이러면서 귀찮아서 내버려둘 것 같긴 하다. 

연습용으로 생각하고 데려왔는데, 사실 정말 무작정 데려온 거였다. 우선 인수해서 집까지 타고 오는 게 난제. 운전면허학원하고 대림 모터스쿨에서 배운 게 전부라, 실제 도로를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어떻게든 오긴 했지만 청량리에서 경복궁 인근까지 오는 데 한시간 반이 걸린 데다가;;;

심지어 택시와 박았다. 

그나마 차가 적은 청계천변 도로를 달리는데, 뒤에서 오던 택시가 갑자기 들이댔다. 급하게 속도를 줄였지만 결국 택시 긁고 사이드미러 꺾은 담에 넘어짐. 아마 손님이 갑자기 내리겠다고 한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손님은 유유히 사라지고...택시기사는 내가 다쳤을까봐(정확히는 내가 다쳐서 본인이 책임을 져야할까봐) 엄청 긴장하심. 다행히 다치진 않았는데 나도 놀라고 바이크에서도 뭔가 기름이 쏟아져있;;;

놀라서 어딜 다쳤는지 말았는지도 잘 모르겠었는데 다행히 나중에 보니까 몇 군데 멍든 것 빼고는 멀쩡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택시는 차에 흠이 갔으니까 혹시나 싶어서 연락처를 교환하자 그랬는데, 보니까 택시기사는 뭔 문제가 생기면 차 수리보다 나의 치료비(예를 들어 갑자기 내일 뒷목을 부여잡고 찾아온다거나...;;;)가 훨씬 더 들 거란 생각에 이대로 서로의 갈 길을 가자는 눈치였다. 그래서 도와준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출발. 

진짜 고마운 게, 넘어졌을 때 어떤 동남아 분이 얼른 달려와서 나와 바이크를 일으켜 세워줬다. 괜찮냐고 물어보고...주변 건물 경비 아저씨들도 나와서 보다가 내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시동 안 걸리니까 이것저것 만져보고 시동 걸어주심. 레알 고마웠다. 전에 지하철에서 기절했다가 깨어났더니 막 사람들이 정신차리라며 119 전화하고 가방 쏟아진 거 다 쓸어담아서 챙겨주고 그랬을 때만큼 고마웠다. 

청량리 인근에서도 한번은 자꾸 시동이 안 켜져서 애먹고 있었는데(바이크가 문제일 수도 있...ㅠㅠ) 그때도 누군가 홀연히 나타나서 해결해주심. 역시 되게 고마웠다. 바이크 잘 모르는 여자가 애먹고 있는 게 많이 불쌍해보였...기도 하겠지만 정말 좋은 분이셨다. 

어쨌든 요걸로 이제 열심히 연습해서 앞바퀴를 번쩍 들고 달릴 수 있도록 노력.....

은 아니고, 혼다와 BMW의 시승 바이크를 흠집 없이 반납할 실력이 될 때까지 피나는 연습을 할 테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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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nChoiz 2014/05/11 19:10 #

    다친 곳이 없길 바랍니다.

    사고라는 것이 났을 당장은 몸의 이상징후가 없습니다만, 긴장이 풀리면 여기저기 아픈게 몸이에요..
    스트레칭 빡시게 하시고, 혹여나 아플 경우에는 연락하셔서 대인접수 받으시고 병원을 가심을 추천드립니다.

    차야 찌그러지면 펴면 되는거고 깨지면 깨진부분 교체하면 끝이지만, 사람은 그게 아니에요 ㅠㅠ
    위 같은 사고 났는데, 연락처 안주고 그냥 갈길 가자고 간거면 그 택시기사는 그냥 인생막장놈입니다..

    뭘 좀 아는 사람한테 저랬다간 인생 막장될텐데 여자분이라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 것 같네요
  • 생강 2014/05/11 22:00 #

    감사합니다..근데 진짜 말씀대로 몇 시간 지나니까 아픈 데가 생기네요. 근육이 놀란 정도로 그쳐야 할텐데...ㅠㅠ전 아무생각 없었는데 택시기사가 막장(?!)인 거군요 담부턴 연락처 꼭꼭 교환해야겠어요. 다행히 사고 난 데 바로 위에 CCTV가 있어서, 옆 건물 경비아저씨들이 뭔 일 있음 저걸로 확인하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엉엉
  • 시퍼렁쥐 2014/05/11 19:21 #

    항상 조심하시고 가능하시면 안전장구 착용하세요
    헬멧 장갑 자켓 부츠 무릎보호대 정도..
  • 생강 2014/05/11 22:01 #

    정말 그래야겠어요, 부모님댁에 보일러 놔드리는 심정으로다가...?ㅎㅎㅎ
  • taoha 2014/05/11 21:58 #

    으악. 나라면 그자리에서 울었을 듯. 전 오늘 가볍게 부딪힌것만으로도 어쩔줄 몰라 쩔쩔 맸는데.
    언젠가 앞바퀴 번쩍 들고 달릴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뭔가 용기를 얻고 갑니다.
  • 생강 2014/05/11 22:12 #

    에잇 정말 앞바퀴 들어버릴...!!!파이팅입니다ㅎㅎㅎㅎㅎ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4/05/11 23:39 #

    안다치셨다니 다행입니다만, 하루 지나서 아플수 있습니다.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의 무게가 1톤이 넘기때문에 5킬로의 속도에서도 사람을 멍들게 할수 있죠.
  • 생강 2014/05/12 17:42 #

    1톤! 또 그렇게 말씀하시니 갑자기 삭신이 쑤시네요ㅋㅋㅋㅋ난 과연 괜찮은 걸까 의문이 막..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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