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입양글에서 썼던 것처럼, 내 바이크는 십년 먹은 할아버지다. 하지만 바이크 면허 획득과 6시간의 대림모터스쿨 교육 후 본격적으로 탄 첫 바이크인만큼 좋다 나쁘다, 이딴 건 모른 채 그냥 바이크는 다 이런가보다...하고 지난 세 달 간 타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18세 청춘에 비견할 만한 쌩쌩한 바이크를 타보고는 본격적으로 매각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시승한 바이크는 혼다의 긔요미로 유명한 msx125.

연료통 바로 밑부분, 사진에선 검은색 삼각형으로 보이는 저 부분은 가죽으로 돼 있다. 덕분에 니그립이 완전 편안함. 울프는 타다보면 자꾸 쩍벌하게 되지 말입니다.
비루한 배경에서 마구 찍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한 장 더.

바퀴는 내 바이크가 훨씬 더 크지만, 정작 시트 높이는 크게 차이가 안난다. 대신 좀 앞뒤로 짧고 전반적으로 미니미니한 느낌이라 덩치 좀 있으신 분들이 타면 요런 느낌이 난다고.

올란도오빠 해맑긔...
무게도 100kg밖에 안돼서, 나처럼 연약한 녀자가 타다 넘어지더라도 바로 일으켜세울 수 있겠네효.
어쨌거나 160 중반대 키인 내가 탔을 때 안정적으로 착지가 가능해 푸근한 마음으로 타고 다녔다. 다음에 타볼 계획인 CBR300R 같은 건 발이 땅에 닿을까??ㅠㅠㅠ뭐 요런 걱정부터... (---->찾아봤더니 CBR이 울프보다 4cm 높음. 미묘하겠...;;)
시동 걸고 딱 앉았더니, 내 울프에 비해선 핸들바가 낮다. 그래서 첨엔 좀 앞으로 숙여야 되는, 어정쩡한 느낌이었는데 대략 타다 보니 적응은 됐다. 그담엔 변속하고 출발. 울프에 비해 중립 넣는 데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다. 울프는 1단-중립-2단 사이의 거리가 거의 비슷하단 느낌인데, msx125는 아주 살짝 쳐올리거나 쳐내려야 중립이 들어감. 다른 바이크 타시는 분도 동감하심.
스로틀을 당기자 울프 할아버지와는 달리 훅 치고 나간다. 최대 9.8마력, 최대토크 1.1kg.m. rpm 빼고 보면 울프가 더 높지만, msx125가 더 저rpm에서 저런 성능을 내준다. 덕분에 감 익히기 전까진 출발 때마다 매번 울컥울컥하면서 출발. 울프 탔을 때에 비해 더 초보처럼 보였겠지 아마...;;;
그리고 정말 눈물나게 좋았던 건 시동이 잘 안 꺼진다는 거. 내 울프는 워낙 늙은 것도 있고 해서 저속으로 갈 때, 혹은 멀쩡히 중립 넣고 신호대기하다가도 시동이 마구마구 꺼진다. 난 그게 내가 아직 쌩초보라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완전 저속으로 움직여도 절대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안심되던지...ㅠㅠ물론 내 바이크도 타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초창기처럼 시동 꺼짐 탓에 도로 한가운데를 막아서는 일은 이제 없게 됐지만, 스로틀을 살짝살짝 당겨주면서 시동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는 건 엄청 편리한 일이었다.
또 소음진동. 울프 자체가 원래 그런 모델이라고는 하는데, 내 건 늙기까지 한 탓에 시속 70km를 넘어가면 소음과 진동이 무시무시해진다. 시속 80~100km에선 뒷브레이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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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떨리고 사이드미러가 돌아갈 정도(...). 한마디로 달리면서 공중분해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msx125는 기본적으로 조용한 데다, 속도를 올려도 큰 차이가 없음. 울프의 BGM으로 헤비메탈이 어울릴 법하다면, msx125는 초큼 과장해서 쇼팽의 녹턴을 들어줘도 될 듯.
최고 속도는 시속 110km. 한남대교에서 이 속도까지 높여봤는데, 115km나 120km 정도까지도 가능할 듯했다. 되게 애써서 속도 올린다...는 느낌은 안듦.
이날 강남에서 강북으로 올라오면서 처음으로 러시아워의 바이크 도심주행을 경험한 터라 바짝 긴장했다. 다행히 무사히 집 근처까지 와서 내친김에 북악스카이웨이 롸이딩. 사실 msx125의 시트가 좀 불편해서 엉덩이가 피곤(...)했지만, 쌩쌩한 바이크로 한 번 달려보고 싶은 맘을 억누를 수 없었뜸.

이미 울프로 많이 다녀본 길이지만, 쌩쌩한 청년 바이크와 함께 했더니 새로운 기분. 근데 내려오는 길에 코너링하는데 하필 모래가 좀 깔려있어서 넘어질뻔;;;바이크의 두 타이어가 맨홀이나 흩뿌려진 모래 따위로도 쉽게 접지력을 잃는다고 듣긴 했지만, 실제로 핸들과 타이어가 마구 흔들리면서 넘어질뻔 했더니 완전 ㅎㄷㄷ했다. 그 여파로 코너링이 무서워져서 시속 40km 정도였던 코너링 속도를 30km 정도로 줄임. 원래도 할아버지처럼 코너를 돌았건만...
어쨌든. 전반적인 평가는 좋습니다 좋아요!!! 작고 이쁘고 민첩하면서도 잘 달리고...시속 200km 찍으셔야 되는 거 아니라면 정말 좋은 바이크. 게다가 연비가 리터당 63.2km. 자동차 연비가 이러면 참 좋으련만...가격도 387만원으로 비싸진 않다.
이렇게 바이크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도저히 평일엔 반납이 어려울 듯하여 일요일에 혼다코리아 사옥 주차장으로 갔다. 근데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주차장에 불이 다 꺼져있고 막...전형적인 좀비 출몰 상황. 심지어 혼다코리아 전용 바이크 주차장은 지하 4층...그래도 좀비보단 바이크가 빠를거야 아마,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전진.

두근두근하면서 바이크 세워놓고, 플래시 켜고 사진 한 장 찍고 후다닥 빠져나왔다. 번호판 444 뭐야 무서워...
msx125를 계기로, 연습용 울프를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10년 먹은 할아버지지만 그래도 첫 바이크라 엄청 정들긴 했지만서도 이젠 연습용으로서의 역할은 다 한 것 같다는. 시동 꺼질 걱정 없는, 더 배기량 높은 신품 바이크를 이젠 타도 될 것 같다.
근데 문제가, 난 무조건 네이키드가 좋은데 대략 찾아봤더니 선택의 폭이 넓진 않은듯. 사실 제일 예뻐보이는 건 울프 클래식/노스탤지어지만 125cc밖에 없고...그 담은 BMW 알나인티인데 쏘나타 한 대 값에 육박하는 너무 먼 당신. MSX125는 좋은 바이크지만 난 긔요미 취향과는 좀 거리가 멀고. 면허시험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S&T의 코멧도 괜춘해보이긴 하지만 키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착지가 안 됐던 기억이...
울프 노스탤지어는 완전 내 취향. 완전 초 이쁘단 느낌. 이게 한 300cc 정도만 됐어도 주저없이 결정할텐데 아쉽다.

이러나저러나 어쨋든. 담번엔 2종소형 면허 딴 보람이 있게, 중배기량(?)에 도전해보겠습니다. 끗.
덧글
개인적으로 갸우뚱- 하게되네요.
네이키드 중 작은모델을 찾으신다면 ape100이나 xr100은 어떠실까 싶네요..
연식이 좀 되긴했지만..ㅠㅠ
아참, msx시승차가 있는건가요?? 저도 타보고싶은데..
정보 좀 구할 수 있을까요??
MSX 시승은..제가 자동차쪽 관련 일을 하는터라 타본 거였구용. 아마 혼다 대리점에 문의하심 될 것 같습니닷~
연비도 잘 나오고, 배기량도 적당한 야마하 SR400은 어떠실까요.
아니면 믿음의 혼다 바이크 CB400SS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가와사키 W800도 있네요. 울프 노스텔지어를 다음 바이크로
생각하신다면 W800 쪽이 더 취향에 맞으실 것 같습니다.
다행히 W800이 이제 정식수입이 되는 터라 만약 구매의사가
있으시다면 그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구입이 가능하실 것도 같구요 ㅎㅎ
http://www.hondakorea.co.kr/html/motorcycle/model/tracker/msx125/msx125_spec.jsp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멋지네요. 2륜 면허 없지만 타보고 싶네요.
http://menjoy.co.kr/bikereview/314176
저도 울프를 탔던적이 있어서 시승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일단은 동네를 막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소형 이륜차가 필요해서...
혼다 SCR110 과 슈퍼커브를 타고있긴 한데 주행성능이 너무 떨어지고 메뉴얼 바이크를 타는 느낌이 없어서 msx125 구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클래시컬한 네이키드 디자인의 바이크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가와사키의 W 시리즈 보다는 야마하의 빅 싱글이 낫고요. 어쩌다 보니 최근 포스팅도 읽게 되었는데 로얄 엔필드는 80년대의 대림혼다에 로얄 엔필드 탱크를 심어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슷한 계열에서 가장 괜찮은 기종은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마마'에서도 나왔던 BMW의 NineT 인데, 이 기종은 사실 로얄 엔필드와 같은 종류의 클래시컬함이 없습니다.
단종된 모델 중에서는 두카티의 Sport Classic 시리즈나 모토구찌의 V7 시리즈가 아마 취향에 맞으실 것 같은데 가격이 비싸죠;
아직 수입여부가 불투명한 모델 중에서는 노튼의 Commando 961 이라는 모델이 아마 마음에 드실 것 같습니다만 수입되긴 요원해서..
두카티의 새 라인업 중 스크램블러 클래식 시리즈가 있습니다.
http://scramblerducati.com/en/bike/classic
한 바이크를 오래도록 타실 계획이라면 이쪽을 추천해 드립니다. 가격대는 신차가 1200 만원 전후로 출시될 것 같은데, 같은 배기량이라면 가장 좋은 성능을 보여 줄 겁니다;
저 역시 비슷한 디자인의 바이크를 평생타는게 꿈이라 위에서 언급했던 두카티의 Sport Classic 시리즈를 메인 기종으로 타고 있고요;
저는 자가정비를 주로 하는데 BMW 바이크는 부품 수급이 자가로 불가능합니다. 두카티와 혼다 바이크는 다양한 경로로 순정 및 써드파티 부품을 수급할 수 있어서 한 바이크를 오래 타는 사람에게 유리해요.
쓸데없이 말이 많았네요 그럼 이만;
완전 자세&친절한 덧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벌써 기변병이 오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모토구찌 V7클래식은 디자인이나 배기량이나 완전 탐나는..
로얄엔필드는 디자인 빼고는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라 진작 맘을 접었는데, 아무리 봐도 디자인이 세계 최고 갑이시라 계속 미련이 남긴 할 것 같아효. 가끔 길에서 보이면 꼭 30cm 거리까지 접근해서(?) 구경하고 가게 되더라구요.
스크램블러 클래식도.......이쁘네요 하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