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타보려던 건 CBR300이었지만!!
소위 'R차'라고 불리는 레플리카 타입을 타본 경험이 없는 탓에(2종소형은 미라주로 땄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분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셨다. 난 뭐든지 하면 된다는 주의긴 하지만, 잠시 몰아본 결과 CBR125조차 느무느무 어색하고 긴장돼서 더 크고 무거운 CBR300은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끝까지 하면 된단 생각이긴 했지만 그러다가 뭔 일이라도 생기면 혼다코리아에 넘 미안할 것 같아서 포기했음.
금요일 저녁에 인계받아서 일단 강북으로 ㄱㄱ. 근데 한 시간 정도 가는데 참 힘들었..일단 포지션이 좀 다르다보니 어깨랑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시트 높이도 울프보다 좀 높다 보니 신호대기 때도 살짝 까치발로 서 있게 되는...MSX125는 한 시간 정도 타니까 거의 완전히 익숙해졌단 느낌이었는데, CBR은 한 시간 갖고는 어림도 없는 느낌이었다.
근데 확실히 터프하긴 했다. 울프나 CBR125나 최고 시속은 비슷하지만, 치고 나가는 게 다름. 그리고 역시 소음진동도 적고 부드럽게 잘 나간다. 십년 먹은 울프가 바이크 전체에 대한 내 기대치를 확 낮춘 것도 있을 듯.
어쨌든 요걸로 주말에 200km 이상을 달렸는데...
토요일에 혼자 간 곳은 파주의 화석정. 역시 그냥 잘 모르겠고 화석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풍경이 좋다더라 정도만 알고 찾아갔다. 가는 길에 여유부리면서 잠시 멈춰서 찰칵.

푸른 들판이 보이니까 참 좋더이다...

화석정은 참 좋았다. 사실 사진 속에 보이는 기와 지붕의 정자가 전부긴 한데, 임진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게 참 좋다. 내가 갔을 땐 뭔가 해설사 같은 분과 단체로 오신 분들이 좀 있긴 했지만, 오후 네다섯시쯤 가면 사람도 없고 정말 호젓하지 않을까 싶다.

저 여유로운 풍경...

근처는 논밭, 시골마을이라 숨통이 트이는 기분.
그렇게 왕복 두시간 이상을 달려 화석정을 다녀왔더니 자신감이 +10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엔 모 인터넷 롸이더 커뮤니티의 강화도 투어에 기어나가기로 했음.
1차 집결지는 동인천역. 아침 일곱시도 전에 출발해 8시 좀 전에 출발했더니 이미 대여섯분이 모여계심.

제일 싫은 게 나보다 어린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건데(그래요 그들도 내가 싫겠지만...;;)다행히 나이대가 나랑 비슷하거나 높으신 분들이 많으셨고, 20대 자체가 드물어 보였음. 사실 주최자가 40대 형님이어서이기도 한 듯.
어쨌든 저 동인천역 앞에서부터 서서히 내 실력이 얼마나 모자란지 깨닫게 됐다. 우선 동인천역 역사 앞 광장에 바이크를 세울 때부터 잠시 휘청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놀래켜드렸고,;;

2차 집결지인 초지대교 앞 인삼센터? 입구에서도 또 휘청해서 뒤따라오던 분들이 식겁하셨다...ㅠㅠ
어찌저찌 2차 집결지까지 갔더니 모인 바이크 수가 35대 정도...이 많은 바이크가 한 차선을 줄줄이 달리는 것도 참 장관이었다. 일단 헬멧 쓰고 롸이딩 재킷 입으면 누구든 멋져보이는 것도 무시 못...??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자 달릴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든든함이 막!!!이래서 몰려다니는구나 싶었다. 참고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카페라 보호장구 다 갖추고 타시는 분들이 절대 다수고(그냥 청바지+셔츠+컨버스화 신고 간 나에게 막 갖추고 다니라며 걱정해 주심;;;한 분은 따님용 장갑을 빌려주셔서 굽신굽신거리며 잘 빌려썼다!), 무리하게 속도 내거나 차선 옮기면서 다른 차 방해하거나 교통 흐름을 해치지도 않음. 그리고 이날 참가한 분들 성향이 다들 그러신지 트인 길에서도 거의 시속 80km 정도밖에 안 냈다.
이제 본격적인 강화도 투어를 시작. 아침에 동인천역, 그리고 초지대교 갈 때까지만 해도 날이 선선해서 달리다보니 되게 추웠는데 점점 이글이글 익기 시작.
그리고 한 세 번 또 삐끗...ㅠㅠ코너 돌 때 한 번 휘청, 낮은 언덕길서 시동 꺼뜨려서 뒤에 오던 분들 다 멈추고, 나중에 또 코너 돌 때 딴생각하다 도로턱 밟고 올라설 뻔.
천만 다행인 게 실제로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위험한 순간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바이크의 균형을 잡은 걸지도.
어쨌든 달리느라 사진은 없지만, 강화도 풍경은 정말 훌륭했다. 참가자 중에 강화도 주민이 한 분 계셨는데, 우리가 강화도의 2/3 정도를 돌았다고 알려주심. 맞은 편에서 오는 롸이더들과는 일일히 반갑게 손인사하고 막 훈훈했습니다.
원래 일정은 점심 먹고 서울 복귀였지만, 중간에 주최자님의 제안으로 정서진에 들름. 안그래도 바이크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더랬다. 사진은 한쪽 그늘에서 노닥거리는 모습.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어설픈 모자이크 때문에 뭔가 대단히 수상해보이지만 다 좋은 분들임;;;;;;남친 바이크에 탠덤해 오신 한 분 빼고는 예상대로 나만 여자. 다행히 난 여중여고를 졸업한 후로 남자들하고 노는 게 더 편해졌다,,데헷.
글구 다시 강조해서 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들 좋은 분들이라 화기애애하고 재밌었다. 주최자님부터 되게 웃기고(?!) 사람 좋으심. 나중에 초보자들을 위한 강습도 잠시 해주셨다!

그리고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서울엔 세시 넘어서 복귀. 처음 본 낯선 사람들과의 반나절이었지만, 레알 훈훈하고 재밌었다. 울프를 끌고 중거리(?)를 뛰는 게 괜찮을까 싶긴 하지만, 앞으로도 투어 참가 의향 100%.
다만 실력이 문제로다...고속이야 그냥 타면 되는 거지만, 저속에서의 균형잡기와 코너링이 느무느무 취약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8자돌기, 원돌기 연습 등이 왜 필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더 연습해서 일행들 놀래키지 않도록 꼭!
이렇게 바이크 자체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는 애매한 시승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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