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한 분기 동안 블로그를 방치해뒀지만, 슬슬 바이크 시즌이고 해서 오랜만에 올려봄.



저 아래 포스팅에서 썼듯이 지난해 10월에 울프 클래식 신차를 모셔왔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보니 길들이기도 300km를 채 못 채운 채 봉인. 다행히 요런 멋진 사진을 한 장 찍어 남겼다. 하앍....

이후 잠깐잠깐씩 타지 않은 것은 아니나...1월에 삼십분 정도 탔다가 얼어죽을뻔 했고, 설 직전 날씨가 마구마구 풀렸을 때 타보곤 이제 타면 되겠다 싶었다. 2말3초에 두어번 북악스카이웨이도 다녀왔다. 꽃샘추위도 물러간 이제는 정말 시즌이 시작된 듯.
롸이더들이 바이크만큼이나 중요시하는 장비 얘길 하자면, 지난해 5월께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사실 '음? 그런 거 있어야 함??ㅎㅅㅎ' 정도의 생각이었다. 근처에 롸이더 하나 없이 갑자기 재미들린 탓에 안전장비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맨 처음에 중고 바이크를 입양해오면서 택시에 밀침;당해 넘어지는 경험을 하고서도(다행히 딱히 다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재킷이나 장갑, 부츠 같은 걸 딱히 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바이크 타는 거 너무 티내고 부담스러워보이는 것 같단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롸이더 경력이 긴 남친의 압박으로 일단 재킷부터 급 사게 돼버림. 우선 퇴계로를 구경해보긴 했는데 왠지 별로였고, 친구 만나기 좋은 이태원의 맥슬러에서 에잇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구입한 건 알파인스타즈의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요 제품.

딱히 이쁘단 생각은 안 들었는데 사버린 이유는, 일단 여자용 사이즈가 갖춰진 용품 자체가 거의 없다는 거. 디자인이 느무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긴 했지만, 그건 요것보다 사이즈가 더 작아서 지퍼를 올리면 꼭 끼었다. 근데 그렇게 꼭 끼면 바이크 타기에도 불편하고 등등 안 된다길래 포기.
어쨌든 대강 사 오긴 했지만 마침 추워져서 바이크도 못 타는 바람에 집에서 두어번 더 입어보고 옷장에 고이 걸어뒀다. 그리고 지난달쯤 다시 맥슬러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별 생각 없이 입어본 가죽재킷이 상당히 맘에 드는 거였다.
바로 요거. 역시 같은 알파인스타즈.

롸이더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그럼 가죽 재킷에 가죽바지 입고 타는 거냐"일 것 같은데, 난 에이 그런 거 안 입어요...라고 답했었다. 사람들이 자꾸 그렇게 물어보는 건 롸이더를 영화에서만 봐서, 아님 할리데이비슨 롸이더들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그랬는데!!!!!!막상 입어보니 예뻐서 사버렸다. 으음 괜히 롸이더들이 가죽을 많이 입는 게 아니로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구매 후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르겠지만, 먼젓번 재킷보단 가죽재킷이 클래식 디자인의 울프에는 더 잘 어울리는 듯. 그냥 처박아뒀던 먼젓번 재킷과 달리 요건 한번 입고 나가 봤는데, 오오 왠지 없던 간지가 막 생기는...건 나만의 느낌이겠지 데헷.
하지만 롸이더는 재킷 말고도 살 게 많다. 그래서 장갑도 샀다. 역시 여자용 사이즈가 별로 없어 선택지는 좁았지만, 그래도 꽤 맘에 드는.

롸이더가 아닌 사람들 눈에는 다 그게 그거 같겠지만 결코 그릏지 않다. 브랜드와 기능 등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뭔가 성에 안 차서 해외쇼핑몰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하면 그동안 쌓아뒀던 잉여력을 확인하는 절호의 기회!
다행히 난 이베이와 아마존을 잠깐 구경하다 말았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재킷의 어깨와 팔꿈치, 등 부분 등에 딱딱한 보호대가 들어가있듯 장갑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단순히 이쁘다는 이유로 눈에 들어왔던 갈색 가죽장갑(나중엔 결국 가죽바지도 살 기세...;;)엔 딱딱한 보호대가 아니라 부드러운 보호대가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기능성보단 멋이 중요한 사람들이나 속도 안 내고 슬렁슬렁 탈 때 쓸만한 걸 찾는 이들을 겨냥해서 나온 걸로 사료되는. 후자의 경우엔 아마 장갑 대여섯개씩은 갖고 있을 듯. 하지만 그렇게 용도별로 이것저것 갖출 생각이 아직은 없는 나로선 그래도 딱딱한 보호대가 들어가 있어야 될 듯했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서 여성용 사이즈도 있는 제품은 사실 몇 종류 되지도 않았고, 결국 스마트폰 터치도 되는 이 장갑으로 결정했다. 일본 판매가는 4만엔인데 우리나라에선 거의 두 배 가격이라 나중에 일본 놀러가면 꼭 바이크용품점을 들러야겠다고 다짐.
여기에 이제 부츠도 갖춰야 하는데, 비싸면서도 더더욱 여자용 사이즈가 별로 없는 느낌이라 고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부츠까지 사고 나면 이제 새 헬멧을 사고싶단 생각이 들 듯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여름용 재킷도 사야될테고..뭐 그렇습니다. 이제 주말마다 바이크를 탈 수 있길 기대하며 이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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