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시험 폭풍이 지나가고, 이제 좀 숨을 고르고 있다. 오랜만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슴을 적시려고 소설을 읽었더니, 감동이 철철철철~~여성스러운 문체를 싫어하는 편이지만(그렇다고 김훈 같은 문체가 좋은 것도 아님), 김형경의 경우는 그런 '흔한' 여성적인 문체가 아니다. 자기 연민에 흐느적거리며 늘어지기만 하는 그런 문체가 아니다.
- 지나가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들보다, 오늘 제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몸을 바꾸는 것들입니다. 몸을 바꾸며 자신을 익혀나가는 것들입니다. 바닷바람에 날리는 해당화 꽃잎이 나비처럼 바다 위를 건너갑니다. 암청색 망막 위로 선연히 찍혀오는 핏빛 얼룩들.
김형경 단편 <지나해, 쾌청> 中
-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저 앞 모퉁이까지, 줄은 약 50m쯤 되어 보인다. 그 줄이 한사코 허물어질 듯 느껴지는 이유를 곽지형은 잠깐 생각해본다. 줄에는, 특히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줄에는 막막함 같은 것이 있다. 삶이 더이상 아름다운, 기대할 만한 무엇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 줄로 꿰어 극명하게 보여주는 허망함 같은 것.
김형경 단편 <뿌리의 세 종류> 中
- 지나가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들보다, 오늘 제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몸을 바꾸는 것들입니다. 몸을 바꾸며 자신을 익혀나가는 것들입니다. 바닷바람에 날리는 해당화 꽃잎이 나비처럼 바다 위를 건너갑니다. 암청색 망막 위로 선연히 찍혀오는 핏빛 얼룩들.
김형경 단편 <지나해, 쾌청> 中
-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저 앞 모퉁이까지, 줄은 약 50m쯤 되어 보인다. 그 줄이 한사코 허물어질 듯 느껴지는 이유를 곽지형은 잠깐 생각해본다. 줄에는, 특히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줄에는 막막함 같은 것이 있다. 삶이 더이상 아름다운, 기대할 만한 무엇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 줄로 꿰어 극명하게 보여주는 허망함 같은 것.
김형경 단편 <뿌리의 세 종류> 中



덧글
예술인생 2007/11/09 04:56 # 답글
이거.. 좀 오래된 소설일텐데. 내가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 걸 보면...옆집 여자가 몰래 담배를 꼭 두대씩 급하게 피우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생강 2007/11/11 17:06 # 답글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