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

백수 시절에 추천받아서 집어들었으나 조금 읽다 만 책. 요즘 경제위기를 보면서 과잉소비를 부추기는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도움을 얻고 싶어서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개개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망정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대안 제시는 부족해 아쉬웠다. '어플루엔자'는 풍요로운(affluent)와 유행성독감(influenza)의 합성어로, 소비 중독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선 소비에 중독된 자본주의적 인간들의 사례를 들어준다. 사실 이런 식으로 사례 제시가 전체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책들(그것도 영어번역투로)은 잘 안 읽지만, 꽤 공감 가는 사례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흔한 말이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사례들을 읽으면서 물질로 자신을 표현하고 채우려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름 다짐했으나;;

소비중독의 부작용으로는 환경오염, 공동체 해체, 획일화, 세계적 불균형 등이 거론된다. 대안으로는 아껴 쓰고 소규모 공동체 구성해서 속세에서 조금 떨어져 살고 그런 것들을 내세운다(마음에 안 드는;;). 

다음은 인상적인 구절들. 

- "물건을 자꾸 사들이는 진정한 이유는 자신을 변화시키기보다 새 물건으로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라는 한 쇼핑 중독자의 분석. 

- 사람들은 화려한 세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 존중이 필요하다. 옷이 가득찬 옷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멋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필요하다. 

- 물질보다는 정체성, 일체감, 공동체, 도전, 인정, 사랑, 즐거움

- 이런 일화도 소개된다. 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라는 사람이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글을 써서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게으름을 예술의 어머니이자 고상한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911년 염세주의에 빠져 아내와 함께 자살했다. 게으름의 미덕을 찬양하던 사람이 결국 비관주의로 자살했다니 이것도 좀 무서운 느낌이 있다;;

- 1920년대 경제학자 토머스 닉슨 카버처럼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한 사람도 있다 : 그는 "여가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재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대신 남는 시간을 예술과 우아한 생활을 즐기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을 찾아가고 직접 가구를 만드는 등 유용한 소일거리에 시간을 들이게 되면서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아놀드 토인비가 22개 문명을 연구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 "한 문명의 성장의 척도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와 관심을 물질적 측면에서 정신적, 심미적, 문화적, 예술적 측면으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이다." 

- 4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 비영리단체 'Resoponsible wealth'의 한 회원 : "내가 주가 등락을 쳐
다보는 일로 돈을 벌 때 다른 누군가는 교사로서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왜 내 세율이 더 낮아져야 하는가?그런 조치는 경제적으로 내게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기대를 걸어서 해결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끼고 살아야겠다는 게 결론. 


주성치, <월광보합> <선리기연> 영화

주성치 매니아인 한 선배가 있다. 5년 전쯤 그 선배가 뜬금없이 '주성치의 서유기는 그냥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걸작'이라며 추천해줬을 땐 그냥 무시했다. 주성치 영화가 그냥 코미디 영화지 뭐, 게다가 두 편짜리 코미디 영화는 싫다!하면서. 

그러다 얼마 전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어쩌다 월광보합을 봤다. 다른 것보다도, 94년작의 비주얼을 참고 볼 수 있을 것인지가 제일 궁금했다. 어릴 때야 tv에서 틀어주는 주말의 명화라든가 그런 것도 잘 봤지만, 대학 들어오고 나서는 오래된 영화들은 잘 안 봤고, 보더라도 그 낡은 질감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끔 7,80년대 한국영화들 보면 왠지 향수에 젖어서 잠깐 보긴 한다. 더빙된 목소리의 억양이나 당시 거리 풍경, 복식;;들을 보면 내가 잘 아는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립다.)

그리고 월광보합을 중간쯤 봤을 무렵부터 느끼게 됐다. 참 마력에 가까운 매력이 있는 영화구나!!2008년도 기준으로 보면 형편없는 액션과 분장과 세트지만 영화가 좋으면 그런 건 별로 눈에 안 들어올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이제야 처음으로 깨달았다. 정말 그냥 코미디 영화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아우라마저 느껴졌다. 

물론 이 아우라의 대부분은 원작에 빚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세월을 거듭해, 환생을 거듭해 인연을 좇는 인간과 요괴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현실감있고도 환상적으로 풀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듯싶다. 주성치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겠다"고 중경삼림을 천연덕스럽게 패러디 하는데, 웃기면서도 애절한 느낌이 드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전쟁보다도 더 없어졌으면 하는 것 뭐랄까 진지해지고 싶을 때

...은 바로 입에 담기도 짜증나는 강간!이다. 오늘자 신문에 이런 기사가 떴다. 


이 개자식들이!!! 대학 2학년때 이후로 끊은 쌍욕을 퍼부어주고 싶은 인간들이 강간범들이다. 나는 사형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이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예외조항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기사에 등장하는 D같은 개자식은 정말 찾아가서 몇 대 때려주고 싶다. 피해자는 그래도 자신이 겪은 일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얼마나 하늘이 노래졌을까. 

올 초 언론재단서 국과수 견학을 갔을 때, 시신부검(전에 쓴 국과수 견학기)이 끝나고 이런저런 슬라이드를 많이 봤다. 이런 도구로 살해에서 이런 상처가 있는 시신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슬라이드였는데, 그중에는 강간당한 후 아마 목졸려 살해된 다음에 토막내어진 10세 미만(정확히 기억이 안 남) 여자아이의 시신도 있었다. 그 조그만 체구가 대여섯 토막이 나서 더 작아져 있었다. 그땐 정말 심각하게 고민됐다. 저런 일을 저지른 놈들이라면, 누구의 손에 피가 묻더라도, 인간이 그런 권한을 가질 수는 없다 하더라도 눈 딱 감고 죽여 없애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물론 아직 결론을 못 냈다. 

난 저런 이야기를 보면 두세 시간 동안은 기분이 더럽다. 강간할 거면 차라리 죽이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왜 자기 욕구 따위를 조절하지 못해서 자기 뿐만 아니라 남의 인생까지 산산이 부숴버리는 건지. 제발 강간만큼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더 화가 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남자든, 여자든, 우리 저런 일이 줄어들도록 서로 지켜줍시다. 

13계단, 두근두근

(스포일러 있음)

미도리님의 추천글을 보고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을 읽었다. 숫자가 들어가서 그런지;;;십각관의 살인이라든가 영화 13층이라든가 등등이 생각나서 은연중에 비슷한 퀄리티정도만 예상했었으나 정반대로 흥미진진하게 봤다. 둔한 건지 정말 기대가 없었던 건지, 제목과 표지에 뻔히 나와 있는데도 사형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전혀 생각도 않고 읽기 시작. 



그런데 읽다보니, 이 아저씨 참 취재 많이 했구나 싶다. 교도관과 전과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교도관과 수감자의 생활이 (물론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형집행까지의 13개 절차(제목이 그래서 '13계단'이다)와 사형장의 광경,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들의 고통,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의 심정 등등이 묘사된다. 

특히 사형집행에 두 번 참가한 교도관 난고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교도관 세 명이 각자 버튼을 누르면 죄수가 사형대에서 추락하는 식으로 사형이 집행된다. 누구의 버튼이 진짜 버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난고는 한 사람이 목졸려 죽으면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게 되고, 죽은 이가 고통을 이기지 못해 물어뜯은 혀끝이 나뒹구는 장면도 보게 된다. 난고는 이런 기억을 아무리 아내와라도 공유할 수가 없다. 

난고는 유아들을 강간하고 머리를 바위로 짓부숴 죽인 범죄자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도대체 누구에게 이들을 살해할 권한이 있는지는 결론을 내지 못한다. 아무리 법의 이름을 등에 업었다한들 말이다.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서 결국 자신에게 덤벼든 살인범을 살해하고야 만다. 교도관으로서의 공적인 사형집행과 개인으로서의 사적인 살인이 겹쳐지는 대목이다. 

작가는 이런 소재들을 그저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나열하지 않는다. 단순히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 하나만 데려다놓고 진부하게 사형 반대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작가는 사형제도가 최고의 대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분명히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악의 화신처럼 보이는 흉악범들도 있다. 하지만 억울하게 사형당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무리 직접 목졸라 죽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교도관 등 관련자들의 고통은 누가 감당해줄 것인지를 묻는다. 

어쨌든 결론은 꽤 무게감 있으면서도 긴박감 넘치고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거. 


<렛츠리뷰> 보그걸 - 딥 블루 아이와 레드 립과 볼드한 네크리스 #$%%^*????

사실 20대 후반에게는 좀 안 맞는다 싶은 감이 있긴 하다. 그래도 보면 젋어질까 싶어서....;;;;별 기대 없이 렛츠리뷰를 신청한 건데 당첨 메일도 뭣도 없이 갑자기 선물을 받으니 기쁘긴 했다. 다만 가끔 커피숍, 은행 같은 데서나 잠깐 패션 잡지를 보는 사람으로서 뭘 얼마나 잘 리뷰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일단은 패션잡지 기자들도 참 딜레마가 많겠구나, 싶었다. 트렌드를 제시해야 하는데 트렌드의 중심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해외에나 있고, 그런데 해외 트렌드를 그대로 소개하자니 우리 사는 모습이랑은 많이 동떨어지고. 독자들의 지적 허영심도 채워주느라 너무 입고 꾸미는 얘기만 해서도 안 될 테고. 또 그중에서도 보그걸은 10대 후반, 20대 초반들이 주독자층인 만큼 너무 비싼 물건만 보여줘서는 안 될 거고. 

그럼 이제 좀 소감을 적어보자면. 

#. 우선 이건 귀가 닳도록 들으셨을 것 같긴 하지만...한국어 좀 썼으면 좋겠다. "랑콤에서 제안하는 2008년 노엘 룩, '마니피센트 스파클'은 신비로운 딥 블루 아이와 열정적인 레드 립을 매치한 룩으로, 화려하고 매혹적인 레드 카펫 위의 디바를 연상시킨다.' 라든가 '에이브릴 라빈은 체크 무늬 팬츠에 탱크 톱과 베스트, 볼드한 네크리스를 매치해 특유의 배드 걸 무드를 완성했다.'라든가 '시어한 티셔츠' 같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문장력이나 화보의 질 보다는 영어로 세련됨을 주장하려는 것 같아서 민망하다. 

물론 미쿡 자료를 많이 보다 보면 그럴 수도 있긴 하다. 국제부인 나도 구제금융을 베일아웃으로, 외신을 베껴써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날로 먹으면 쓰나. 조금만 더 노력해서 한국어 단어 좀 늘려줬으면 싶다. 

그리고 여성이나 소녀이라는 단어를 'girl'로 통용해 쓰는 건 편집장의 방침인지 모르겠지만 그만두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중고생들이 보기에도 우스울 것 같아서. 저번에 어느 미용실에 처음으로 파마를 하러 갔는데 원장이 정말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 같은 목소리로 '어~~~그래...버진이라구~?'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만큼이나 낯부끄럽다. 

#. 서인영화보를 포함해 화보들이 대략 인상적인 장면들이 없었다. 특히 서인영은 이럴려면 왜 홍콩까지 데려갔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게 입혀 놨던데, 돈도 아깝고 서인영의 이미지도 아깝다. 물론 이건 늙은 내가 '어른들 잡지'에 눈높이가 맞춰져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건 보그걸만 그런 건 아니지만, 왜 패션잡지 화보에는 '어, 이거 내가 입어도 되겠다' 싶은 옷들이 없는 거지!!

#. 문학상 기사는 생뚱맞았다. 차라리 씨네21이나 시사잡지같은 데 더 어울릴 법한 기사. 그보단 차라리 요즘 인기 있는 장르문학들 쪽으로 나갔다면 낫지 않았을까. 일본 장르문학은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나왔으니까 안 될 것 같고, 아니면 우리나라나 등등. 

#. 김수린 인터뷰는 짧아서 아쉬웠다. 성공한 어린 여자의 이미지만 나열하지 말고 더 구체적으로 짚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학생이거나 장래희망이 구체적이지 못한 여동생들이 이런 거 읽고 힘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렛츠리뷰

과속스캔들 영화

우선 결론부터. 오랜만에 재미있는 한국 코미디 영화를 본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절대 안 봤을 법한 제목의 영화인데, 남자친구가 '이거 평이 좋다던데'를 연발하며 자꾸 채근하는 바람에 봤다. 사실 내가 거의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한겨레 ESC의 영화평(영화평론가 한동원의 적정관람료-막 신랄한 데다 막 웃김)에서도 괜찮은 점수를 주기도 했고. 

인터넷에 올라온 영화평들을 보면 소소하게 웃긴다, 꽤 볼 만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소소하게 웃기기도 했지만, 나는 몇몇 장면이 정말 재밌었다. 특히 차태현과 왕석현이 유치원에서 동시에 이성에게 꽂히는 장면!!!!그 음악과 그 편집이란 정말 센스있었다. 영화 전반부에서도 관객을 웃기고 깔끔하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행태가 상당히 바람직했다. 물론 그 센스로 제목을 지었다면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긴 했다. 과속스캔들이라니, 정말 안습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박보영. 보다 보니 꽤 예쁘장한 얼굴인 데다, 노래도 잘 하고 해서 호감이 갔다. 초감각커플은 망했지만 과속스캔들은 성공할 테니 다행이다. 꼬맹이 왕석현은 정말 더 바랄 게 없는 캐스팅인 듯. 어린이가 저런 썩소를 소화하다니. 




망량의 상자 영화판, 이사카 코타로, 금단의 팬더, 아리스가와 아리스

#. 교고쿠 나쓰히코의 '백기도연대'를 보다가 갑자기 망량의 상자 영화판에는 훈훈한 미중년, 아베 히로시가 에노키즈로 나온다는 사실이 퍼뜩 기억이 나서 예고편을 찾아봤다.


예고편을 보고 나니 앗 이거 생각보다 재밌을지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 나오는 충격적인 결말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원작에는 읽으면서 내내 입맛이 찝찝할 정도로 불길하고 역겨운 이미지가 잘 담겨 있었다.

그나저나 아베 히로시는 트릭에서의 4차원 이미지 때문에 에노키즈 배역을 따냈을 텐데, 소설 속 묘사-피부가 희고 귀티 나는 미남자-와는 초큼 많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장신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었을 지도.

#. 이사카 코타로의 '한밤중의 행진'을 읽었다. 오듀본의 기도나 명랑한 갱...에서도 이미 느꼈던 바지만 참 선악 구분이 희박한 스토리들이다. 뭔가 예쁘고 쿨하고 재밌으면 된다는 식이랄까. 어쨌거나 나도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불만은 없다.

#. 누군가가 쓴;; '금단의 팬더'를 읽었다. 별 생각 없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상을 수상했다길래 골랐다. 경험상 '이 미스터리...'수상작은 거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탓에. 요리와 추리가 뒤섞여있는 구성인데, 결말은 그럭저럭 예상 가능해서 긴장도는 떨어지지만 작가가 전직 프랑스 요리사였던 덕에 요리 이야기가 꽤 재밌다. 요리도 요리지만, 식당 운영에 관한 설명 같은 게 역시 현업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티가 난다.

#. (스포일러 있음)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외딴섬 퍼즐'도 읽었다. 역자 후기에 나온 것처럼 '이름하고는...'싶어서 그동안 안 봤었는데 역시 재밌었다. 트릭과 추리과정(논리적인 면에 약한 나는 별로 공들여 읽지 않았지만서도)에 나름 힘을 준 듯싶은 추리물이다. 대학 추리동호회 회원들이 주인공으로 해서, 만화 현시연 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도 난다. 그런데 살해당한 연인을 위한 복수라는 건 좀..........;참고로 아래는 작가 사진. 아무래도 이름이랑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는다.



#. 역시 가끔 날을 잡고 이렇게 스토리가 자극적인 소설들을 읽어줘야 재충전이 된다. 다음 책은 좀비소설, '세계대전Z'와 스티븐 킹의 '셀'로 정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눈먼자들의 도시 영화판 영화

두 작품 다 원작이 워낙 재밌어서 끌리긴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두 영화를 보게 된 건 결국 어떻게 만들었나가 궁금해서다. 영화잡지 기자들도 그닥 솔직히 영화평을 써놓은 것 같지 않고. 봤다는 사람들도 저마다 의견이 많이 갈리길래,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일단 결론은 둘 다 좀 괜히 본 듯?이라는. 특히 눈먼자들의 도시는 지루했다. 누군가는 충격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이라는데 차라리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하던 게 더 나았던 것 같다. 다만 원작을 안 보고 영화만 봤다면, 원작의 아우라를 몰랐다면 꽤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앤티크. 일단 무슨 이유였을까 궁금할 정도로 원작에 충실했다. 만화적인 대사를 너무 그대로 갖다쓴 것 아닌가 싶은 장면들도 종종 있었고. 다만 이 분의 요염한 모습은 만화보다 더 설득력있었다;;;



그런데 원작에 충실하려다보니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전개속도가 빠르고, 또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밥먹다 체하는 기분이 들 만큼 급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건 영화의 템포 뿐만이 아니라 각 배우의 연기력 부족 탓도 큰 듯하다.

그렇지만 처음에 포스터를 보고 어, 김호진이 이런 어린 배역을?하고 생각했던(TV를 잘 안 보다보니 누가 누군지..;;;) 아랫분의 연기는 꽤 상큼했다. 동네 강아지같은 얼굴;;


극장에서 앤티크를 보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곳곳에서 꺅꺅거리는 것이.......저분들이 말로만 듣던 동인녀들??!!!하면서 그분들의 파워를 실감했다.

렛미인 - 낚였다? 영화

좀비 만큼은 못하지만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도 사족을 못 쓰는 지라, 얼른 대학로 CGV로 달려갔다. 그런데 도대체 그럴 리가 없는데 상영관 안에 관객들이 80% 이상 들어찼다. 이건 뭥미...하는 기분으로 영화를 잘 보고 나오는데 몇몇 관람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젠장...낚였다!" 배급사가 홍보를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참 잘했나보다(혹은 못한??;;). 예쁜 애들이 나와서 손에 피 안 묻히고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처럼 홍보를 했겠지 싶다.

아무래도 애들이 주인공이다보니 딱히 영화에 몰입을 하지는 못했다. 주인공 남자애가 정말 귀엽긴 했지만서도;;그렇지만 눈쌓인 스톡홀름의 밤 풍경이라든가, 인적이 드문 숲에서의 살인과 채혈 등등 많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수영장 씬은 정말 절제의 미로써 폭발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이들이기때문에 극대화되는, 세상의 악과 필연적인 운명에 대한 슬픔이 깊게 느껴졌다.

정말 속도가 빠른 영화만 본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을 만한 템포로 영화가 흘러간다. 따돌림이라든가 뱀파이어 소녀의 살인 같은 긴장을 부추기는 요소도 심심할만 하면 관객의 눈을 붙잡는다.




그만한 수고도 없이 신입사원을 데려다 쓰시려고? 잡담

네이버 홈에 뜬 기사들을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다가 아래 기사가 갑자기 씹고 싶어졌다.


<대졸 신입사원 1명 재교육비 6088만원 든다>
기사입력 2008-11-16 19:32


대졸 신입사원 1명을 재교육시키는 데 평균 19.5개월이 걸리고, 비용은 6088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교육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동떨어져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전국 100인 이상 483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및 재교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이 대기업의 경우 27.2개월, 중소기업은 14.9개월이라고 밝혔다. 기업 형태별로 보면 공기업이 24.4개월, 민간기업 19.2개월, 외국계기업은 17.5개월 순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채용 후 실무 투입까지 드는 비용(순수교육비용, 임금총액, 4대 보험 기업부담분 등 간접노동비용 포함)은 1인당 6088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100인 이상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에 부담하는 총 비용이 2조3049억원에 이르렀다.

대기업이 1억147만3000원으로 중소기업(4118만6000원)의 재교육 비용보다 6028만7000원이 더 많았다. 기업 형태별로는 공기업(9384만2000원), 민간기업(5802만9000원), 외국계기업(5724만4000원) 등의 순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05년 조사(교육기간 20.3개월·비용 6218만4000원) 때와 비교해 재교육 기간은 0.8개월, 비용은 130만원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입사원 재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학교교육을 보완할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2007년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은 27.3세, 평균 학점은 3.53점(4.5만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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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기업체 갈 사람들 기르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국문과나 심리학과나 정치외교학과 애들이 신입사원이 되기 위한 똑같은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도록 하는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경총과 기자들은 뻔뻔스럽게도 그게 절대적으로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일인 것마냥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기사를 내놓는다. 그리고 이 기사를 통해서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사람을 가져다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투자하길 아까워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정말 답답하게도, 이렇게도 의미 없는 기사는 매년 수치만 달리해서 되풀이된다. '경총'이라는 영향력 있는 집단에서 내놓는 보도자료를 아무 생각없이 베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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