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베스트셀러라면 왠지 손을 대기가 싫어진다. 영화든, 책이든, 물건이든. 물론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이 트셀러는 아니지만 한창 언론사 입사준비중이던 시절, 노벨상 작가라는 이유로 언론고시계 필독도서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바람에 눈도 돌리지 않았다가(물론 '디워'처럼 핫이슈로 떠올라 면접대비용으로 꼭 봐야만 하는 눈물의 베스트셀러도 있었지만) 이제서야 읽어봤다. 영화판 예고편이 재밌어 보이기도 했지만, 출시된 지 반 년 만에 70% 세일품목에 포함된 '브릭' DVD를 배송료 없이 사기 위해서라는 하찮은 이유가 더 컸다.
감상을 요약하자면 1. 노벨상 작가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음 2. 세계를 휩쓰는 재앙, 격리, 인간의 밑바닥,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등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게 딱 내 취향 3. 메시지가 요즘의 나에게 정말 와닿았음.
소설 막바지에 (아마도 주제 사라마구의 분신 격일 듯싶은) 작가가 말한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자꾸 되새겼던 말이다. 어떻게 해야 야비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사람에 대한, 또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단단한 신념이 있어야 할 텐데 나에게는 그런 게 병아리 눈물만큼 막연하게 있을 따름인데 어쩌나...싶어서. 그리고 신념도 제대로 없는 주제에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기사를 쓰다 보면 언젠가는 너무 세상에 찌들어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나름 할 말은 많지만 일요일인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관계로 급히 결론을 내려본 바, 일단은 그저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와 사랑만 잃지 말자고 또 한번 생각했다. 물론 '남들은 바보라서 그걸 안 하나염??!!!' 또는 '예의와 사랑...대체 언제??' 같은 문제제기가 예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걸로나마 신념을 다져 볼까 하고.
- 2008/11/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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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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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꽤 무게감 있게 시작했다. 무식한 근육을 달고 있는 젊은 호형사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매드 디텍티브' 역의 번형사(유청운)는 호감이 갔다. 뭔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본 로베르토 베니니의 방정맞은 연기와 미국 영화들에서 본 자폐아 연기가 자꾸 떠오르긴 했지만, 그 얼굴과 눈빛은 설득력이 있었다.
끝까지 무게감 있게 끝나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어쨌거나 마구 두근두근하면서 봤다. 치와이의 일곱 개 인격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 2008/08/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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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작품. 아마 제목이 이게 아니었다면 그냥 또 돈장난 좀 쳤구나, 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미술을 잘 몰라서인지 나는 아직 현대미술작가들 중에는 약간의 잔머리로 '볼거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현대가 아니라도 그같은 잔머리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에는 아주 새로운 게 탄생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가다가는 비아냥거리게 될 때가 있다. 한 지인은 같이 전시회에 가서 나름 열심히 둘러보고 "뭐 이렇게까지 만들 것 까지야..."라고 이같은 기분을 한마디로 정리한바 있다.
어쨌거나,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정말 오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진짜 사람의 해골에 미친듯이 비싼 진짜 다이아몬드를 촘촘이 박아놓은 게 예뻐서는 아니다. 초월자에게 비를 기원하고 풍년을 기원하고 끝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하찮은 인간 '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아서다. 원시시절에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슬프고도 끈질긴 생명력에다 일말의 희망.
<18세기 유럽인의 실제 두개골을 플래티넘으로 캐스팅한 후, 8601개의 다이아몬드 조각을 뒤덮은 작품이다. 작품에 사용된 다이아몬드는 전체 1106.18 캐럿으로, 전체 제작비가 약 200억원에 달했으며, 이마 중심에 박힌 핑크 다이아몬드 가격만 약 70억원이다. 이 작품은 런던의 화이트큐브에서 발표한 직후 약 940억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고 한다.
- 2008/08/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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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엑스파일은 애초부터 성공하기가 좀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더더욱. 원래의 매니아층을 타겟으로 하자니 머릿수가 너무 적은 데다 그 외의 관객들에게 엑스파일 특유의 매력을 러닝타임 내에 인식시키기가 어렵다. 엑스파일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멀더와 스컬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차지하는 부분도 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자면 온갖 스펙터클이 나열되는 요즘 블록버스터들을 이기기 어려울 테고. TV판이 그랬던 것처럼 애매모호한 결말을 보여줬다간 당장 욕을 얻어먹을 가능성도 크다. 이 부분도 엑스파일의 장점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별다른 해답을 찾지 못한 탓인지 <엑스파일-나는 믿고 싶다>는 저번 영화판과 마찬가지로 이래저래 아쉬웠다. 멀더와 스컬리 간의 고전적인 갈등은 TV판과 별 다름 없이 소모되는 것 같고(스컬리가 FBI를 떠난 몸인 만큼 갈등의 주제는 다르긴 했지만 '어둠 속에서 괴물을 쫓는 건 지겹다'는 말들이 별 의미 없이 나열돼서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중심이 되는 사건은 그닥 충격적이지도 신기하지도 않았고. 나름 스컬리의 내면적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실마리로 어린 환자의 이야기를 곁가지로 집어넣긴 했지만 비중도 적은 데다 진부하기도 했다.
.....라고 불평을 줄줄이 늘어놓긴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보고 나서 바로 잊어버릴 영화는 아니라는. 엑스파일을 좋아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랬다. 자연스럽게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라든가, 주름살이 깊어진 얼굴들, '난 멀더가 걱정돼요'라며 애인다운(!!!!) 대사를 읊는 스컬리 - 처럼 이런저런 사소한 변화들을 캐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부분들 - 멀더 방의 'I WANT TO BELIEVE' 포스터라든가 사만다의 사진, 해바라기씨 까먹는 습관, 상사인 주제에 여전히 뭔가 심약해보이는 스키너 부국장까지 - 을 다시 보는 것도, 예전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
최고로 인상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소년 37명을 강간한 천주교 신부의 신앙고백;;;장면이었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거세하면서까지 신을 갈구하는 신부. 하찮은 인간이기를 거부하고픈, 절대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그 욕망.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범죄가 합리화될 수는 없는 데다 이 신부역 배우가 좀 비호감이라서 전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서도, 엑스파일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신부처럼 극적인 사례는 아니더라도, 이미 주어진 인간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려는 마음들.
그나저나 예쁜 아만다 피트가 뭣도 해보기 전에 일찍 죽어버려서 가슴이 아팠다.
- 2008/07/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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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영화의 양대산맥 중 하나가 '애들이 주인공인 영화'고, 나머지 하나는 전쟁영화다. 아무리 양조위와 장첸이 같이 나온다 한들 전쟁영화에는 끌리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보면 재밌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도 말이다. 적벽대전도 재밌긴 했다. 특히 팔괘진법으로 적군을 밟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간추린 삼국지' 따위를 읽은 게 전부라서 원작에선 팔괘진이 얼마나 스펙터클하게 묘사되는지 모른다는 게 답답하긴 했다. 지금껏 삼국지에 제대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영화 한 편에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원작 빼면 시체인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촌스러운 연기에 촌스러운 연출, 게다가 억지로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듯한 장면들. 영화를 보는 내내 공산당이 옆에서 '중국 역사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겠지'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황금방패로 적군을 교란시키는 장면(+말들이 눈이 부셔서 쓰러지는 장면)은 정말 불필요하게도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바람에 실소가 나왔다. 그리고 병사들이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들도 별 특별할 게 없는데도 지루하게 나열됐다.
그리고 왜 다시 전쟁영화가 싫은지로 돌아가면, 왜 전쟁을 벌여야하는지에 대해 납득을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도 표현하는 만큼 영화에서 전쟁을 소재로 삼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전쟁을 장엄한 눈요깃거리로 삼는 태도는 화가 난다. 게다가 몇몇 중국 영화처럼 몇몇 영웅호걸들의 위대한 꿈을 위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끝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미화하는 건 정말 최악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장이모 감독의 '황후화'가 역겨웠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금색으로 치장한 공리와 주윤발과 주걸륜의 치졸한 다툼에 비장미를 덧입히기 위해 수많은 필부들이 피를 토하는 장면을 끼워넣은 꼴이란.
물론 전쟁영화 자체가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왜 자신과는 상관 없는 몇몇 지도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버려야만 하는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민들의 복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정부로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소교 역할로 나온 린즈링은 지금껏 본 중화권 여배우 중에 거의 최고로 예뻤다. 1등은 비비안 수;;;
- 2008/07/2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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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파란 등이 만든 놈놈놈 음악은 꽤 마음에 들었다. 어느 인터뷰에 보니까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메인테마로 정하고 만든 건 아니었는데 어째 그렇게 됐다고 한다. 제작사라든가가 별 생각없이 제일 신나니까 이걸로 하자!했지 싶다.
어쨌거나 일단은 킬 빌을 다시 한 번.
그리고 이번엔 라이브장면을.낙천적인 얼굴이 좀 재밌다. 그리고 댄서들의 율동~
그나저나 온라인에는 놈놈놈 별로(사실 별로도 아니고 '뭐 이따위냐'라는 분노의 글도 꽤 봤다)라는 글들이 대다수인 듯하다. 너무 기대들이 컸는지, 아님 쇠고기때문에 다들 날이 서 있는지. 혹은 앞뒤 말이 얼마나 맞느냐만으로 영화를 평가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엔 '괴물'보단 좀더 나은 것 같더라는...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배부른 개처럼 낙천적이기 짝이 없는 태구의 얼굴을 보면서 참 행복한 기분이었다.
- 2008/07/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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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를 보고 나서 '앞으로 한 달은 공포영화를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한 게 엊그제였는데 그새 못 참고 봐버렸다. 같은 감독의 다크니스. 알고 보니 예전에 출발 비디오여행!같은 데서 많이 봤던 영화였다. 안나 파킨 출연하고, 7명의 아이들을 목을 잘라서 의식을 치를까 말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생각보다는 오밀조밀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모자라다 싶은 내용이 많았다. 줄거리에 빈틈도 많고, 그래서 어둠이 어떤 거라는 얘긴지도 잘 모르겠는 등등. 하지만 일단 결말은 좋았다. REC와 마찬가지로 우울한 결말이다. 안나파킨이 동생을 데리고 무사히 도망쳤더라면 그냥 뻔한 영화로 금세 기억에서 사라졌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마음에 드는 부분은 '홀림'. 유령들은 아버지를 홀려서 뜻대로 조종한다. 정신 멀쩡한 딸이 보기에 아버지는 분명히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 스스로는 그 사실을 절대로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덤벼드는 귀신 등등보단 이렇게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적들이 제일 무섭다. 그래서 좀비영화를 자꾸 찾게 되는 듯.
1. 고등학교 때 봤던 피튀기는 스페인 영화 '떼시스'의 펠레 마르티네즈를 오랜만에 봤다. 왜 이렇게 안 늙었나 싶어서 당황했다.
2. 할아버지가 안나파킨을 산 채로 해부할 것처럼 굴다가 갑자기 풀어주는 장면은 정말 안습;;
- 2008/07/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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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전혀 관심도 없다가,Arborday님이 '올여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호러영화'라고 적어두신 걸 보고 얼른 달려가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정말 무서웠다. 거의 고2때 본 일본판 링 첫번째편 이후로 그렇게 무서워보긴 처음인 것 같다. 그나마 링은 사다코가 tv에서 기어나오는 한 장면만 숨이 멎을 것처럼 무서웠었는데, 알이씨는 카메라가 아파트를 비추는 순간부터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나마 78분짜리였기에망정이지, 더 길었으면 정말 잠 못 잘 뻔했다. 처음 좀비가 등장한 다음부터는(아마 영화 시작 후 3,40분쯤 지났을 때) 몇 번이고 시계를 들여다봤다. 젠장, 이거 언제 끝나!!!!!!
두세 명만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만한 좁다란 아파트 계단과 어두컴컴한 방구석들에서 미친듯이 달려드는 좀비들. 울부짖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비춰주는 카메라. 옥탑방에서의 적외선 촬영은 진부한 듯 하면서도 어쨌거나 무서웠다. 게다가 (백 년은 묵은 듯한)좀비가 망치까지 들고 덤빈다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등 뒤에서 누가 달려들 것만 같은 느낌에 긴장했다. 밝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영화 안 본 애들이 부럽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리고 난 좀비가 나타나면 문 튼튼한 방에서 틀어박혀 있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아래는 극장 내에서 찍은 스페인 관객들 반응. 움찔하는 모습들이 어제의 나를 보는 듯하다;;
- 2008/07/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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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너무 마이너스러워서 2년쯤 미뤄뒀던 영화다. 오랜만에 아사노 타다노부가 보고 싶어져서 별로 내키진 않지만 이거라도, 하면서 봤는데 꽤 재미있다. 제목만 보고도 감이 오듯이 '일본영화스러운 썰렁한 코미디'이긴 하지만, 기승전결도 있고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제법 있다. 참고로 제목은 남녀주인공(사다히메, 모모지리)의 이름을 발음이나 뜻으로 장난 친 것.
1. 1998년 영화라 아사노 타다노부의 어려보이는 얼굴을 볼 수 있다. 수염도 적어서 지금보다 훨씬 어려보인다. 그동안 식어가던, 그에 대한 애정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무심한 듯 실실 쪼개는 미소. 근데 벗은 모습은 좀 말라보여서...



2. 감독이 이시이 가즈히토. 정말 4차원적이지만 훈훈하기 그지 없는 영화, '나이스의 숲'의 공동감독 중 하나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더 자세히 영화를 봤을 텐데, 싶다.
3. 드디어 이 사람의 이름을 외웠다. 온갖 영화에 다 등장하시는(그래도 기타노 다케시 영화에 등장할 때가 제일 인상적) 이 분, 테라지마 스스무.

- 2008/07/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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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단지 하루 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개과천선한다는 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감도 있긴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만큼은 등장인물들에게 깊이 공감하게 된다. 작가가 이 '하루 동안의 사건'을 묘사하는 데 들인 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제목 그대로 토요일 하루 동안만 주인공을 쫓아간다. '속죄'의 경우 책 뒷표지에는 '60여년에 걸친 소설가의 속죄'라고 적혀있지만 500페이지 중 절반 이상이 하루를 묘사하고 있다.
...라고 하면 언뜻 지루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읽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건조한 문체치고는 놀랄 만큼 재미있게 썼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듯한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특히 '속죄'에서는 자신이 어른이 다 됐다고 생각하는 13살 여자아이의 시각으로 하루를 구성하는데, '나도 이랬지'하면서 킥킥댈 만한 구절들이 많다. '속죄'를 영화화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어톤먼트'는 안 봤지만, 이런 부분들을 잘 뽑아서 만들었다면 정말 볼 만한 영화가 됐겠지 싶다.
두 소설에서 제일 마음에 든 부분은 폭력(물리적, 정신적 폭력 모두)을 단순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 폭력은 보통 나쁘지만 누가 나쁜지를 가리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폭력 어디가 어떻게 나쁜지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폭력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은 각자 다르게 결론짓기 마련이다. 그리고 치명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그 사실을 인정치 않으려 든다. ('사람은 자기합리화하는 동물'이랄까;)물론 두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폭력을 인정하면서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름만 보고, 서평도 대강 보고 되게 재미없는 소설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회사에서도 몰래 읽을 만큼 재밌었다. 그리고 두 소설의 번역자가 다른데 두 분 다 정말 멋들어지게 번역을 하셔서, 출판사인 문학동네에까지 고마워졌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한다. 단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긴 피 튀기는 영화를 좋아하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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