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중 영화

일단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자면, "안 봐도 됩니다"다.

공공의 적 때도 그랬던 것 같긴 하지만, 또 나이를 몇 살 더 먹다 보니 좀더 참기 힘들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과잉 분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반부의 대출 장면도 그렇고, 후반부에 이원술과의 1:1 대결 장면도 그렇고. '저렇게까지 해야 돼?'싶은, 혹은 '너무 의도가 드러나서 보기 민망하다'싶은 장면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 비행청소년이 상봉하는 장면은 정말 안습의 극치였다. 80년대 영화도 아니고 이건 참;;;;

그리고 욕설로 관객을 웃기려 드는 건 이제 지양했으면 좋겠다. 강철중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들 모두.

다행히 오랜만에 본 설경구와 정재영이 여전히 너무 멋지셔서 두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둠스데이 영화

(스포일러 있음.)

감독의 전작이 '디센트'다.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고 재미있게 봤던 영화다. 게다가 몰아치는 공포 뒤의 그 잊을 수 없는 섬뜩한 결말. 그래서 언뜻 둠스데이가 좀비영화라는 말을 듣고는 엄청난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갔다.

예쁘진 않지만 강인한 외모의 여주인공에 일단 호감. 그리고 이미 다른 영화에서 숱하게 묘사된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이 지루하지않게 신속히 전개된 초반부까지도 괜찮았다.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냥 치명적인 바이러스긴 하지만, 초반부까지를 보면 후반부의 퀄리티에도 상당한 신뢰감을 갖게 된다.

결말부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액션'이라는 영화의 커다란 줄기에 대해선 꽤 괜찮은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액션이 어디에서 벌어지는지가 문제다. 전형적인 영국 펑크 개망나니들과의 혈투는 조금 생뚱맞긴 했지만 그래도 봐줄 만하긴 했는데, 다음으로 중세 기사들과 맞닥뜨리는 부분부터는 조금씩 웃음이 나온다. 이건 반지의 제왕도 아니고....중세풍 성 안에서 현대적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은 안쓰럽다. 어떻게 조화를 이뤄보려 노력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고.

서두를 줄인 건 좋지만, 본론에서도 액션에만 치중하다보니 여주인공의 마음을 읽기도 힘들어졌다. 왜 이 여자가 임무를 완수한 후에 격리구역에 남기로 했는지, 장관인지 뭔지를 처단했는지 그닥 공감이 가질 않는다. 영화 흐름상 저럴 수 밖에 없구나, 하는 공감 외에는. 한 마디로 사람 냄새는 안 나는 공포스릴러'액션' 영화.

그나저나 예전에는 무섭고 잔인한 영화를 정말 잘 봤는데, 요즘엔 심약한 노인네처럼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오사와 신이치 - Our song 음악



우연히 티비에서 본 뮤직비디오. 노래도 괜찮고, 뮤직비디오도 왠지 행복한 느낌.


Flashing lights - Kanye West 음악



최근 빠져있는 곡. 뮤직비디오도 멋있긴 한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다. 다른 버전의 뮤직비디오가 2개 더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어지는 내용은 아닌 듯.

아래는 3편. 


인디아나존스4 영화

꽤 재미있었다. 너무 어릴 적에 봐서 예전 인디아나존스가 어쨌는지 따위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누가 보더라도 재밌을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액션, 탐험,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

그렇지만!!!!결말은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가족 단합대회는 그냥 그러려니,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고 넘어갈 만하다. 그런데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가 그런 식으로 죽음을 맞는다는 결론은 싫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 들지 말라'는 이 노골적인 훈계. 이리나 스팔코가 '그들'에게 "당신들이 가진 지식을 모두 나에게 달라"고 소원을 말하는 장면에서 가슴깊이 공감했던 사람;;으로서는 조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시위의 나날들 잡담

...이라고 제목을 달아버리니까 꼭 내가 매일 시위에 나가는 듯 해서 조금 많이 쑥스럽구나.

사실 나는 한 번도 요즘 시위에 나간 적이 없다. 신문사에 있으면서도 신문 한 부 제대로 못 읽고 살고 있는 데다 집에 TV도 들여놓지 않은 탓에 구체적으로 어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지 어지간한 사람들 만큼도 모른다. 그렇지만 택시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를 통해, 술집에서 잠깐 본 TV뉴스를 통해 조금씩 소식을 듣다 보면 가슴이 설렌다.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상도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어서.

이명박도 이명박이지만, 쇠고기도 쇠고기지만, 그것보다는 사소한 변화들에 가슴이 뛰었다. 아이들, 여자들이 낀 시위대 한가운데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자제한다든가, 또 전경들과 충돌이 빚어질 듯 하자 "전경들이 아니라 이명박이 나쁜 거예요"라며 제지한다든가. 물론 어느 여자애가 맞았고 그 여자애를 때린 어린 전경 애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다거나 하는 가슴아픈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화를 내야 할 대상도 모르는 채 무작정 화만 내던 시대는 이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 잡담


1.
*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 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간절히 바람.


스스로에 대해 나름대로 단도직입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진다면 - 그것도 꽤 난감할 때가 많겠지만 - 하고 바랄 때가 종종 있다.


2. 요즘 '기사 비슷한 글들'을 매일 끄적이고 있다. 기사가 아니라 기사 비슷한 글이라고 이름붙이는 이유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데스크 지시대로 쓰는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로 써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된다. 데스크 지시에 따르다 보면, 공부를 안 하다 보면, 하루하루의 일과 술자리와 숙취에 치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더라. 무표정한 숫자들을 주로 다루는 경제신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3. '스타스키와 허치'를 봤다. 이 영화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그들'의 매력을 몰랐었는데, 뒤늦게 보니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빈스 본, 벤 스틸러, 윌 페럴, 오웬 윌슨의 유머 코드는 정말이지!!


비투스 영화


어린애가 나오는 영화가 싫다. 대놓고 '이 얘기 감동적일 것 같지 않아?' 하는 영화도 싫다. 물론 다 보고 나면 재미있는 경우도 많긴 했지만. 그런데 오늘은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차선책이라고는 '스트리트 킹' 뿐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얼개는 단순하다. 천재소년이 거친 세파를 뚫고 나간다는 류의 이야기다. <주인공 아이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아이큐가 측정 불가일 정도로 머리가 좋고, 피아노 연주에 엄청난 재능을 보인다. 하지만 엄마가 조금 극성맞고, 아빠는 회사 일로 고민이 많다. 아이 스스로도 너무 조숙하다보니 세상에 적응하길 힘들어 한다. 유일한 친구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현명한 친할아버지 뿐이다.......>라는.

그런데 다 보고 나니까 꽤 뿌듯하다. 일단은 음악. 내가 제목을 아는 곡이라고는 모짜르트의 레퀴엠밖에 없긴 했지만, 그래도 또 오랜만에 가슴을 치는 멜로디에 푹 빠질 수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도 피아노 신동인 주인공 애가 직접 친다. 조그만 게 피아노를 잡아먹을 듯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변주'들이 재미있다. 보통 비범한 혹은 특수한;; 어린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이 어린이는 연약한 성격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지만, '비투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꼬맹이가 너무 쿨한데, 싶을 정도다. 이밖에도 평범한 얼개를 재미있게 꾸며주는 장면들이 많다. 재수없는 천재소년이 교실을 빠져나갈 때 급우들의 반응, 겁없는 프로포즈, 주식투자로 돈 벌기 등등. 예상치도 않게 많이 웃었다.

버킷 리스트 영화

'추격자' 이후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같이 극장에 간 일행들이 고른 영화가 '버킷 리스트'. 사실 잭 니콜슨 외에 별달리 끌리는 부분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 한 사람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그 층층이 쌓인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들. 웃어도 온갖 희노애락을 섞어서 웃는다. '웃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엿보이는 김태희의 미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뭔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세는 없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 '적당한 영화'다. 그래도 행복한 기분으로 보게 되는 영화니까...라며 엉성히 끝을 맺습니다;;

미스트 영화

뭔가 진부함직한 스토리에 무성의한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평이 좋아서 늦게나마 봤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본 지가 오래 되어서 의무감이 쌓인 탓도 있었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중간중간 차도 끓이고, 전화도 받고 하면서 보다가 상당히 충격을 받은 채로 엔딩크레딧을 올려 보냈다.

먼저 도입부. 안개와 함께 어디서 봤던 듯한 괴생물들이 쳐들어오고, 평범한 사람들이 슈퍼마켓(이야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안에 갇힌다. 사실 괴물들 자체로만 보면 별로 볼 것도 없고, 왜 그 괴물들이 나타났느냐 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생뚱맞기 그지없다. 고립된 사람들이 떠나느니 마니 난리법석을 떠는 모습도 - 비록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맷이긴 하지만 - 새로운 구석은 없다. 이같은 볼거리에 신경을 덜 쓴 대신, 감독은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 극한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얼굴을 내보일까, 하는.

이런 시각에서 영화가 전개되면서, 다양한 인간형이 비춰진다. 이성을 과신하는 사람, 한순간에 광신도가 되는 사람, 허풍쟁이. 이 사람들이 얽히는 과정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인가?'라는 문제까지 제기된다. 여기에 대해서 영화의 결론은 '선한지 악한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인간은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영화속 인물들이 성선설에 대해 노골적인 토론까지 벌이지만, 정작 영화에 정말 악한 인간이나 성인군자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멀쩡한 사람을 찔러죽이는 광신도들조차 악해서가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죄를 짓는다.

이같은 관점이 엔딩에까지 관철되면서, <미스트>는 그냥 무섭고 스릴있는 영화가 아니라 슬프고 외로운 영화가 된다. 기껏 평온한 척, 강인한 척 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돌아오는 건 약간의 어긋남에서 비롯된 무서운 절망 뿐이다. 부조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감정표현을 자제한 영화다. 영화는 안개로 뒤덮인 세계의 혼란을 충실히 전달할 뿐이다.

p.s - 음악은 좀 에러인 듯;;그리고 원작을 필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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